[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서울 강남의 한 대형마트에 입점한 헤드폰 매장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A 씨는 최근 이른바 ‘진상손님’인 블랙컨슈머에게 당해 부당하게 해고당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께 A 씨가 일하는 매장에 40대 여성 B 씨가 딸이 구입한 이어폰이 고장났다며 교환을 받으러 왔다. B 씨가 제시한 이어폰은 이미 파손돼 있었고 영수증을 확인하니 구입한 지 한 달이 지난 후였다. 또 다른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이 5번째 교환 요구였다.

A 씨는 “영수증에 교환은 일주일 안에만 된다고 적혀 있고, 이 정도 파손이 된 것은 고객 사용 중에 과실이라 교환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B 씨는 막무가내로 교환을 요구했다. 결국 매장 책임자의 결정으로 새제품으로 교환해줬다.

그러나 이후 B 씨는 A 씨가 ‘고객 과실’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삼으며 정신적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A 씨와 B 씨는 잠시 말다툼을 벌였고, 이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한 대형마트 측은 B 씨에게 100만원을 보상했다. A 씨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고됐다.

A 씨는 지난달 28일 한 알바 정보사이트에 ‘블랙컨슈머를 조심하라’는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려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냈다.

A 씨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자사의 이미지 관리에 급급하기 때문에 블랙컨슈머에 대한 대책이 없고 피해를 당한 알바생을 보호해주지도 않는다”면서 “이런 약점을 블랙컨슈머는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이 날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랙컨슈머로 인해 편의점, 대형마트 등 각종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알바생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는 등 알바생을 포함한 감정노동 종사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실제 한명숙 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백화점 판매원 등 고객대면 노동수행 집단 22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업무 중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나 신체ㆍ언어ㆍ성적 폭력 경험(지난 1년간)을 묻는 질문에 ‘무리한 요구’를 경험했다는 답변이 80.6%에 달했다. 인격무시 발언은 87.6%, 욕설 등 폭언 경험도 81.1%로 나타났다.

알바생 김모(21) 씨는 “편의점에서 일할때 무리한 교환을 요구하며 욕설을 하는 블랙컨슈머를 만나 고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블랙컨슈머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어 그 책임을 알바생들에게 미루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20%는 ‘무조건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3%는 회사로부터 ‘인사상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알바연대 관계자는 “사회의 허점을 악용한 블랙컨슈머로 인해 사회적 약자인 알바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같은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알바생 등 감정노동 종사자에 대한 강압적인 친절 요구가 근절되는 등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

*감정노동 종사자 2259명 건강실태 조사결과 (자료-한명숙 민주당 의원실) -인격무시 발언 경험 87.6%

-무리한 요구 경험 80.6%

-욕설 등 폭언 경험 81.1%

-성희롱이나 신체접촉과 같은 경험 29.5%

-‘무조건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지시 20%

-폭행을 당한 경험 11.8%

-회사로부터 ‘인사상 불이익’ 경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