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 공직자 재산공개 등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인 ‘신공민(新公民)운동’을 주도한 인권변호사 쉬즈융(許志永·40ㆍ사진)이 지난 26일 1심에서 4년형을 선고받자 국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있다.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이날 오전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해 7월 체포된 쉬즈융 변호사에 대해 유죄를 인정,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쉬즈융에 대한 재판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유명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에 대한 판결 이후 최대 반체제인사 재판으로 주목받아왔다.

쉬즈융의 첫 공판은 지난 22일 시작되어 불과 5일만에 판결이 이뤄졌다.

쉬즈융은 26일 열린 1심에서 “자신의 행동은 헌법에 규정된 언론자유의 범위 내에 있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판결이 내려지자 “중국 법치의 마지막 존엄이 파괴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베이징의 인권변호사들은 “쉬즈융이 공공질서를 교란했다 해도 이는 매우 경미한 수준이다”면서 “징역 4년의 실형 판결은 정치적 박해”라고 밝혔다.

중국 법에 따르면 ‘공공질서 교란죄’의 최고형은 5년이다.

이번 재판에서 변호를 맡은 장칭완(張慶萬)변호사는 판결 후 기자들에게 “공정성이 결여된 판결이다”면서 “반드시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국제인권기관들도 이번 판결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가했고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쉬즈융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매우 실망했다”고 성토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부끄러운 사건이고 슬프게도 결과가 예측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게리 로크 중국주재 미국 대사도 이메일 성명을 통해 “공직자 부패를 드러내려는 운동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쉬즈융에 대한 재판을 깊이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외국의 비판을 ‘내정 간섭’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베이징대 법학박사 출신인 쉬즈융은 지난 2013년 4월 ‘쑨즈강(孫志剛) 사건 10주년 심포지움’ 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으로 가려했다가 베이징 공항에서 연행됐다. 그는 7월 ‘공공질서 교란죄’로 정식 구속됐다.

지난 2003년 발생한 ‘순쯔강 사건’이란 후베이(湖北)성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기위해 광저우(廣州)에 갔던 순쯔강이란 청년이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수용자 시설로 끌려간 뒤 폭행당해 숨진 사건이다.

당시 순쯔강은 임시거주증명서가 없어 수용소로 끌려갔다.

쉬즈융은 이 사건이 발생하자 법학자, 인권변호사들과 ‘양광(陽光)헌정’이라는 인권단체를 만들었다. 2년 뒤 이 단체의 이름을 ‘공맹(公盟)’으로 바꾼 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운동에 앞장서 왔다.

특히 쉬즈융은 2012년 5월 ‘신공민운동’을 발족했다. 그는 같은해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신공민운동은 공직자 재산공개,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 등 시 주석의 부패척결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며 운동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2012년 11월부터 2013년 초까지 선전과 베이징 등지에서 당·정 간부의 개인재산 공개를 촉구하는 시가행진을 벌였다. 그때 적지않은 참가자가 구속됐다.

쉬즈융과 함께 신공민 운동에 참여했던 자오창칭(趙常靑), 마신리(馬新立), 허우신(候欣), 위안둥(袁冬), 장바오청(張寶成) 등과 인권변호사 딩자시(丁家喜), 리위(李蔚) 등도 차례차례 체포됐다.

네티즌들은 그들을 ‘재산공시 십군자(十君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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