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일본 사례가 주는 교훈
100엔숍에 사람 몰리고 자살·범죄 급증
‘잃어버린 20년’이란 혹독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의 사례는 지속된 저성장, 저물가로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가 일단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어떤 정책수단도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LG경제연구원이 펴낸 보고서 ‘일본경제 디플레이션 교훈’을 보면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금리를 ‘제로(0)’에 가깝게 인하하고,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려 했다. 그럼에도 물가는 계속 하락하고, 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아 일본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허덕이게 된다.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늘기 마련이지만 일본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를 미뤘다. 다시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그 이상으로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가격 파괴 현상까지 발생했다. 당시 일본 소비자들은 질이 낮아도 가격만 저렴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임금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소득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다보니 저렴한 제품을 찾았고, 이에 편승해 제품 가격 하락 압력도 더 심해졌다. 우리나라의 다이소와 같은 100엔숍에 사람들이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금고 매출은 급증했다. 금리가 낮아지자 현금에 대한 선호도가 커져 돈을 집에다 두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돈을 쌓아두다 보니 일본 정부가 시중에 통화를 공급해도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도 심화됐다.
삶이 팍팍해지자 자살과 범죄도 많이 늘었다. 1990년대 초 2만명 가량이었던 자살자 수가 90년대 말에는 3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상황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면서 저출산 현상도 심해져 전반적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
상황이 좋지 않기는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제품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가 늘지 않다보니 영업실적이 극도로 나빠져 도산하는 기업이 많았다.일본 기업들은 투자할 여력이 없었고, 제조업의 경우 해외로 공장을 옮겨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해 역수입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소비와 투자 모두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암울한 경제가 계속되자 일본 국민들은 급격한 변화를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그러나 정부는 쓸 수 있는 정책이 없었고, 개혁과 혁신을 외치던 정치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만 안주하려는 보수적 성향이 강해졌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점차적으로 물가와 경제성장률이 상승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재정확대나 통화정책 이전에 노동, 금융 등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이 위원은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적자금이나 금융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을 퇴출시키고, 신규 창업을 독려하는 등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비스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