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대형마트서 ‘차보험’ 이벤트 이름·주민번호·주소 등 제공 손에 쥔것은 3200원짜리 김세트
카드사, 홈쇼핑·여행사와 제휴 고객유치땐 최고 300%리베이트 부작용 알고도 달콤한 유혹 못뿌리쳐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화 등으로 대출이나 상품구매를 권유하는 활동을 한시적으로 중단시키는가 하면, 관계사나 제휴사에 개인정보를 넘기는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 방침이다. 개인정보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수집에도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사상 최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민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개인정보 수집에 혈안이 돼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 정보유출 사태는 카드 3사가 보유한 개인정보가 외부용역직원의 돈벌이에 이용되면서 비롯됐다. 과도한 정보수집을 막아야 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내 정보가 3200원?=“내 차 보험료 알아보시고 김 받아가세요.” A 보험사는 지난 25일 서울 소재 한 대형할인마트에서 ‘내 차 보험료 알아보세요’라는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행사에는 도우미 2명이 동원돼 쇼핑 나온 소비자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했다. 도우미들은 사은품을 홍보하면서 고객의 눈길을 끌었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광경을 연출했다.
소비자들이 보험사에 제공한 정보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차종, 보험만기 등이다. 향후 자동차보험 만기 때 영업 목적으로 활용한다.
여러 보험사에서 자동차보험 만기 직전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금융회사들이 이런 경로를 통해 얻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날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사은품은 3200원짜리 김 세트. 행사장 주변에는 정보입력 후 김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은 대형할인마트와 제휴를 통해 쇼핑 나온 소비자들을 상대로 고객정보 수집활동에 나서고 있다”면서 “금융회사뿐 아니라 대형할인마트, 홈쇼핑 등 대부분 기업들의 핵심 영업활동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보험사들은 질병이나 범죄경력, 사고이력 등 민감한 정보를 갖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충돌하기도 한다. 승인한 범위를 넘어서 보험계약자의 개인정보를 수집ㆍ활용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대해 금융당국이 최근 해당 정보를 즉시 폐기처분하도록 하는가 하면, 부당한 목적으로 정보를 조회ㆍ활용할 경우 제재 수위도 높이기로 한 바 있다.
▶과감한 정보제휴=카드사들은 관계사들과 공동 마케팅이란 명분 아래 회원 정보를 공유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보험사나 증권사, 캐피털 등의 금융사들은 물론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여행사 등 텔레마케팅(TM)사업 비중이 높은 비금융업종과도 ‘과감하게’ 제휴했다.
이 중 카드사와 보험사 간 정보 공유는 잘 알려져 있다. 카드사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보험사에 일괄 제공해 보험사가 TM에 활용하거나, 보험사로부터 보험판매 위탁을 받은 뒤 DB를 활용해 ‘카드슈랑스(카드사와 보험사가 연계해 판매하는 보험상품)’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카드사가 제공한 정보로 신규 고객 유치 시 보험사는 건당(저축성 보험 기준) 초회 보험료의 100~300%를 카드사에 되돌려준다. 10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했다면 인센티브로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준다는 얘기다.
또 카드사들은 경쟁사들보다 혜택이 많은 특화카드를 설계, 여기서 발생되는 손실비용을 DB를 제공한 제휴업체들에게 보전받는 관행도 벌여왔다.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들은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제휴업체에도 제공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년간 지주사 자회사들은 총 1217회에 걸쳐 약 40억건의 고객정보를 지주사 등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3억건은 보험 TM, 신용대출상품 판매 등의 영업에 사용됐다.
김양규ㆍ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