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있기 전에 노사가 맺었던 임금협상(임협)은 효력이 유지돼 ‘확대된 통상임금 범위’를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정부 지침이 나왔다. 정부는 또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에 통상임금 소급적용을 주장했던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23일 방하남 장관 주재로 ‘전국근로개선 지도과장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통상임금노사지침을 확정해 각 지방노동청에 하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사실상 효력을 잃은 고용부 예규(통상임금 산정지침)를 26년만에 수정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이전의 노사간 임협 합의 내용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신의성실의원칙(신의칙)이 적용된다. 앞서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급청구 허용 불가의 근거로 신의칙을 들었다. ‘신의칙’은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이나 방법으로 권리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임협이 타결되기 전까지 기존 통상임금이 적용된다. 판결일 이후에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배치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이 판결 이후 새로운 임금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결 취지는 새로 임금 조정을 하기 전까지 신의칙이 유지된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지침은 또 특정시점 재직 근로자에게만 주고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이 때문에 대부분 재직자에게만 상여금을 주는 한국 기업의 특성상, 통상임금 확대 폭이 줄어들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연장근로수당 증가폭도 미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고용부는 지도지침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복잡한 임금구성을 단순화하고 직무,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방 장관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우리 산업과 개별 기업에 잘 맞는 임금체계로 개편해 노사 상생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