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곤 감독 ‘세이프’로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 수상…졸업작품 비평가주간 초청받기도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Safe)’가 26일(현지시간) 제66회 칸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이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감독의 수상 전까지 한국 영화의 칸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수상기록은 1999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유일하다. 단편 부문은 칸국제영화제 본상 시상의 한 부문이다. 최고상의 이름이 장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같을 정도로 영화제에서 큰 비중을 가진 시상 부문이다.
‘세이프’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여대생이 가불금을 갚기 위해 환전금 일부를 몰래 빼돌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13분 분량의 단편 영화다. ‘세이프(Safe)’는 ‘안전’이란 의미와 ‘금고’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영화는 거대 금융자본이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려다 파산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그리고 있다.
2011년 중앙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문 감독은 신예감독이지만 칸영화제와는 인연이 많다. 2011년에는 대학 졸업 작품인 단편 ‘불멸의 사나이(Finis Operis)’로 칸 비평가주간에 초청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단편 3편이 전부지만, 그 중 2편으로 칸에 초청돼 해당 부문 최고상까지 거머쥐는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작품의 경우 신영균문화재단 후원 공모에서 발탁돼 500만원을 지원받고, 자비 300만원을 들여 총 제작비 800만원으로 만들었다.
이번 문 감독의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 수상은 올해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한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줌과 동시에 한국 영화계의 밑바탕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세계에 과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장편 영화와 단편 영화의 차이점은 단순히 상영시간뿐만이 아니다. 단편 영화는 사건의 압축과 밀도있는 구성이 핵심이다. 흔히 장편 영화는 소설과, 단편 영화는 시와 비교된다. 소설은 연속적으로 구체적인 많은 사건을 나열함으로써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면 시는 상징적이고 절제된 언어로 독자에게 심상(心象)을 투영한다. 수많은 감독이 단편 영화로 훈련을 한 뒤 장편 영화로 데뷔한다. 단편 영화엔 영상으로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그들의 초심이 담겨 있다. 때문에 성공한 감독 중 상당수가 연어처럼 단편 영화로 회귀하곤 한다. 앞으로 문 감독의 활약이 기대된다.
정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