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ㆍ장영선 기자] “고객이 성추행하면 밖에 나가서 조용히 해결하라고 교육 받아요”

시중의 N백화점에서 판매직원으로 일했던 이모(27ㆍ여) 씨 얘기다. 백화점측이 ‘판매원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10만원을 주겠다’는 행사를 할 때 직원이 깜빡잊고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10만원 전액을 판매직원이 부담토록했다고 이 씨는 전했다. 그 때 백화점 관리직원은 돈을 물게 돼 속상한 판매직원들에게 “한 달 월급이 얼마죠? 10만원 떼이면 그게 몇 퍼센트죠?”라며 자존심도 건드렸다고 했다.

‘감정노동’을 하는 백화점 판매직, 그중에서도 브랜드나 용역업체에 소속된 직원들은 매출 압박과 고객 응대 등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일을 뜻한다. 백화점 판매직들은 여기저기서 ‘노예’ 취급을 받아도 항상 웃는 얼굴로 참아넘겨야 한다.

가장 힘든 건 매출 스트레스다. 한 명의 직원에게 여러 곳에서 매출 압박이 들어온다. L백화점, S백화점 등 시중의 대형백화점에서 일한 이모(29ㆍ여) 씨는 “매장 판매직의 경우 브랜드 본사 매니저나 점장한테서, 백화점 영업관리직원한테서 이중으로 매출압박을 받는다. 용역업체 소속일 경우 용역업체 관리자로부터 한 번 더 판매독촉을 받아야한다. 3중고다”고 털어놨다.

정해진 매출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각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H백화점에 근무하는 강모(29ㆍ여) 씨는 “가매출이나 임의할인 같은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본인과 가족, 친구의 카드로 결제를 해서라도 매출을 올려야 하고 재고 손실이 나면 자기 돈으로 메워야 한다. 때문에 빚을 지는 경우도 많다. 최근 서울 청량리 소재의 롯데백화점에서 여직원 자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업계에서는 “재고 손실 못 막아서 자살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먼저 나왔다.

고객 응대도 만만치 않다. 손님이 욕설과 폭행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하지만 판매직들은 무조건 참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다. L백화점에서 일하는 황모(28ㆍ여) 씨는 “블랙컨슈머들은 대부분 단골이고, 구매액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 없다”며 “백화점은 출근과 동시에 퇴근까지 매순간이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해도 월급이 120만원(고졸 판매직 기준)밖에 안 된다. 이 씨는 “3D를 넘어 4D 업종”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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