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연작 ‘7번방의 선물’ 700만 관객 눈앞…한국영화 ‘흥행톱’ 하정우·김윤석 누르고 스크린 접수

잡초처럼 버텼고, 들풀처럼 뒹굴었다. 뿌리는 모진 땅을 단단히 움켜쥐었고, 그래서 늦게 피어 올린 꽃망울은 더 화려하게 터졌다. 영화배우 류승룡(43)의 자평도 같았다. “나는 늦게 핀 꽃”이라고 했다. 그가 영화 데뷔 8년 만에 한국 영화 최고의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류승룡 주연의 ‘7번방의 선물’이 지난 8~11일 흥행 1위에 오르며 개봉(1월 23일) 이후 누적 관객 691만명을 기록했다. 하정우ㆍ한석규ㆍ류승범 주연의 ‘베를린’은 ‘7번방의 선물’의 기세에 눌려 2위를 차지했고(누적 472만명), 최근 몇 년간 실패 없는 흥행가도를 달리던 김윤석의 ‘남쪽으로 튀어’도 4위로 데뷔하는 데에 그쳤다. 류승룡은 최근 2년간 주ㆍ조연으로 활약한 ‘평양성’(171만명), ‘아이들’(186만명), ‘고지전’(294만명), ‘최종병기 활’(747만명), ‘내 아내의 모든 것’(459만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명) 등에서 점입가경,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다. 한석규-송강호-김윤석으로 이어졌던 한국 영화 ‘흥행대권’의 바통이 류승룡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형세다.

류승룡은 잘 알려진 대로 ‘광해’에서 공연한 이병헌과 동갑이다. 차승원 황정민 김수로 유해진 박희순 이범수 등과도 같은 ‘70년생 개띠’다. 동갑내기 동료들에게 쏟아지는 갈채와 스포트라이트를 지켜봐야만 했던 무명 시절, 류승룡은 특유의 오기와 낙관주의로 버티며 가장 늦게, 가장 높은 정상에 도달했다.

영화배우 류승룡 인터뷰.<br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1.18
영화배우 류승룡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1.18
영화배우 류승룡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1.18 영화배우 류승룡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1.18

류승룡은 서울예대 졸업 후 10년 이상을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지냈다. 정극부터 뮤지컬, 택견, 한국무용, 성악, 무술, 탭댄스 등 모든 형태의 퍼포먼스를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그러다가 1998년부터 5년간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1기 멤버로 무대에 섰고, 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로 영화에 데뷔했다. 그는 춤, 노래, 액션, 연기를 아우르고 갖가지 장르에 능란한 ‘전천후 배우’가 ‘이상’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육중한 활로 액션영화의 과녁을 꿰뚫었고, 달콤한 혀로 여심을 녹였으며, 카리스마 있는 저음의 목소리로 난세의 조정을 휘어잡았고, 순정의 바보 연기로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대학 은사인 김효경 교수의 “너는 늦게 빛을 볼 것”이라는 말과 이준익 감독의 “손톱이 빠지도록 깊게 팔수록 맑은 물이 나온다”는 조언을 늘 되새기는 류승룡. 선배들의 가르침을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한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하다 보니 배우가 됐다”는 자신의 말로 가슴에 새겼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