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 볼만한 영화 6선
‘남쪽으로 튀어’‘ 문라이즈 킹덤’ 자유·사랑 통한 진정한 행복 가득
‘베를린’‘ 다이 하드’ 짜릿한 액션으로 스트레스 훌훌
‘비스트’‘ 부도리의 꿈’ 성장·깨달음의 메시지 심금 울려
설은 ‘힐링’의 시간이다. 사회생활에 다친 마음을 가족과 함께 치유하고, 팍팍한 일상에 찌들었던 마음에 안식의 숨결을 불어넣는 때다. 짧은 연휴지만 모처럼 가족과 함께 극장나들이를 나갔다가 영화이야기로 대화의 물꼬를 터 보는 건 어떨까? 설 극장가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풍성하다. 진정한 행복이 뭔지 ‘나’를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도 있고,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보낼 액션도 있다. 메말랐던 감성을 촉촉이 젖게 하는 작품도 있고, 흐뭇한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쾌한 영화도 있다. 나만의 ‘힐링 무비’를 찾아보자.
▶‘행복’이란 뭘까…‘남쪽으로 튀어’ VS ‘문라이즈 킹덤’=빼앗지 않으면 뺏기고, 이기지 않으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 같은 삶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 그 누굴까? 세상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남쪽으로 튀어’의 주인공 최해갑(김윤석 분)이다. 아내와 1남 2녀를 둔 46세의 가장 최해갑은 아무도 말릴 이 없는 자유인이다. 아무 것에도 속박되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버리고, 국민연금 납부도 거부하고, 전기세 고지서 따위일랑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덕에 전기, 수도 끊기고 재산 압류 통지마저 받은 그는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고향인 남도 섬마을로 떠난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으니, 섬마을마저 리조트 개발 계획으로 파헤쳐질 위기. ‘국민 안해!’라고 호기롭게 선언한 최해갑이 굴착기를 앞세운 개발세력들과 한판 ‘맞짱’을 뜬다. 최해갑은 묻는다. 더 빨리 가고,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오른다고 행복한 삶일까?
최해갑보다 먼저 ‘경지’에 오르고 자신들만의 ‘섬’으로 일찍 튀어버린 맹랑한 꼬마들도 있었다. 바로 ‘문라이즈 킹덤’의 주인공 샘(자레드 길먼 분)과 수지(카라 해이워드 분)다. 12살 동갑내기 소년과 소녀다. 60년대 중반 미국 뉴 잉글랜드 지역 목가적인 분위기의 섬 뉴 펜잔스. 보이스카우트 캠프에서 야영 중이던 소년과 섬 반대편에 살던 평범한 소녀가 함께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샘은 사고로 가족을 잃은 고아로, 매번 말썽을 펴 위탁가정을 전전하고 친구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던 처지였다. 수지는 부유한 가정, 부족할 것 없는 중산층의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라디오와 책, 고양이를 벗삼아 지내는 외톨이 소녀. 두 소년 소녀는 한눈에 사랑에 빠져 도피 행각을 벌이고, 섬은 발칵 뒤집힌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벌이는 사랑의 도피행각과 주어진 대로만 사는 한심하고 비겁한 어른들의 추격전이 어우러진 유쾌한 소동극.
▶스트레스 날리는 유럽행 액션 특급…‘베를린’ VS ‘다이 하드:굿데이 투 다이’=이번 설 가장 빠른 속도와 화려한 볼거리, 짜릿한 이야기를 갖춘 열차는 베를린을 향해 떠난다.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은 영화사로 보면 반세기 가까운 국내 첩보액션 장르의 ‘종결자’라 할 만하고, 바깥으로 눈을 돌려보면 ‘제이슨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에 비견할 만한 오락영화로 꼽기에 무색함이 없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및 이스라엘 비밀경찰인 모사드, 러시아 국제 무기 거래상, 아랍의 무장단체까지 아우르는 이야기의 규모가 일단 ‘국제적’이다. 외화획득을 위해 북한이 베를린에서 러시아 및 아랍 무장단체에 미사일 밀수출을 시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기 밀거래에 투입된 일명 ‘공화국의 영웅’이자 베를린 주재 북한 비밀 첩보원인 표종성(하정우 분)을 둘러싸고 남한의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 분)와 북한의 내부 감시요원 동명수(류승범 분)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것이 드라마의 줄기다.
돌아온 액션 영웅,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분)은 러시아행 급행열차를 탔다. 왜? 아들 잭(제이 코트니 분)이 모스크바에서 모종의 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 때문이다. 알고 보니 아들은 모스크바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CIA요원이었다. 사생결단 아버지와 혈기방장 아들이 힘을 합쳐 역대 최강 테러리스트와 맞선다는 내용. 하지만 58세의 브루스 윌리스는 두드러지게 힘이 빠졌고, 앙상한 스토리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뻔하다. 1988년 시작된 이래 5번째 시리즈인데, 이번 작품만 놓고 보자면 이제는 멈춰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굿 데이 투 스톱’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영화. 같은 액션영화로 비교하자면 ‘베를린’의 한판승이다.
▶성장과 깨달음의 힐링…‘비스트’ VS ‘부도리의 꿈’=‘비스트’는 몽환적이면서도 거칠고,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6살 소녀 ‘허시파피’(쿠벤자네 왈리스 분)의 작지만 씩씩한 몸과 순수함과 강인함으로 빛나는 눈빛, 그대로다. 오는 24일 열리는 제85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 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4개 부문 후보가 됐으며, 올해 10살이 된 주연 쿠벤자네 왈리스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세계의 끝자락 혹은 루이지애나의 남쪽에 있는 섬 ‘배스텁(욕조)’은 남극의 빙하가 녹아 땅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제방 밖에 위치하고 있다. 문명의 세계에서 보기엔 가난하고 척박하며 더럽고 불편한 세계이지만, 배스텁의 사람들은 제방 안 거대한 공장을 혐오하며 날것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다.
허시파피 역시 홀아버지와 함께 야생의 삶을 누리고 있는 소녀다. 소녀는 독백을 통해 마을의 오래된 전설을 전한다. 사물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우주의 균형이 깨어지고 선사시대 빙하기 얼음에 갇혀져 있던 괴물 ‘오록스’가 깨어난다는 것이다. 중병이 든 소녀의 아버지 윈키는 아이가 홀로 살아갈 날을 걱정해 혹독한 교육으로 단련을 시키던 중 부녀간의 다툼이 일어난다. 그때 배스텁은 쏟아지는 폭우로 침수될 운명에 처하는데, 소녀는 아버지와의 다툼으로 우주의 균형이 깨진 탓이라 여긴다. 소녀는 어머니를 찾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한 소녀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야생과 문명, 과거와 미래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조화가 뛰어나다. 빙하기로부터 오록스가 찾아오는 장면은 ‘마술적’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부도리의 꿈’은 숲을 구하기 위한 고양이 부도리의 모험을 담았다. 아름다운 이하토브 숲에서 태어난 고양이 부도리는 부모님과 여동생 네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런 천재지변으로 부모님은 사라지고, 여동생 네리도 홀연히 나타난 수수께끼의 남자를 따라 사라진다. 마을로 내려온 부도리는 붉은 수염, 펜넨 소장, 구보 박사, 비단 공장주 등 다양한 안내자들을 만나며 씩씩하게 성장해간다. 하지만 또 다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부도리는 이를 지키기 위해 큰 결단을 내린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