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헤럴드경제 이형석 기자]대단한 영화광이자, 한국영화에 대한 열광적인 ‘팬’다웠다. 한국 기자들의 질문이 끝난 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50)은 “관심이 있다면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따로 발언을 청해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1994년 ‘펄프 픽션’ 홍보차 세계에서 최초로 개봉한 서울에 갔을 때였습니다. 한국 극장과 관객들이 관람 모습이 궁금해 마침 당시 최고의 흥행작인 짐 캐리의 ‘마스크’가 상영되던 큰 극장으로 갔습니다. LA의 한 상영관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와서 웃고 즐기더군요. 정말 난리법석이었습니다. 당시 들렀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의 극장 풍경은 조용했거든요. 서울의 극장을 들렀던 때는 저에게 정말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이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친한 한국인 가족과 함께 뉴욕의 한식당을 운영 중”이라며 위치와 이름까지 상세히 이른 뒤, “뉴욕에서 비빔밥을 먹고 싶거든 꼭 들러달라”고 말했다.
한국영화 감독에 대한 지지도 빼놓지 않았다.
“‘스토커’와 ‘라스트 스탠드’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저는 박찬욱과 김지운, 봉준호 감독의 열렬한 팬입니다. ‘공동경비구역JSA’와 ‘살인의 추억’은 제가 본 지난 20년간의 영화 중 최고로 꼽는 작품입니다. 특히 ‘JSA’는 지난 20년간의 영화 중 최고의 라스트신을 가진 영화입니다. 한국의 재능있는 감독이 할리우드에 와서 어떻게 영화를 만드는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입니다. 아시아영화, 특히 한국영화는 최근 6~7년간 가장 흥미진진한 작품을 보여줬습니다. 아시아 영화계에선 6~7년 주기로 한 나라가 흐름을 주도하는데, 지금은 한국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오는 3월 21일 개봉하는 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 홍보차 일본 도쿄를 방문해 15일 웨스틴 도쿄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들을 만났다. ‘장고’는 1800년대 중반, 노예제도로 인해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부 미시시피주를 배경으로 백인들의 노리개로 끌려간 연인을 구하고 동료의 복수를 위해 나선 흑인 총잡이 장고(제이미 폭스 분)와 잔혹하기로 악명높은 백인 대농장주(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와의 대결을 그린 작품, 1966년작인 세르부치 감독의 ‘장고’로 대표되는 마카로니 웨스턴(서부극)을 흑인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스토리로 뒤틀어 버린 액션 영화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빌’ ‘바스타즈: 거친 녀석들’ 등 전작을 통해 보여줬던 강렬한 액션과 악동같은 유머, 할리우드 B급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들끓는 작품이다.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은 미국의 원죄입니다. 하지만 교육이나 미디어를 보면 아직도 미국은 원죄를 청산하지 못했고, 과거의 역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지금까지 흑백 갈등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미국의 잔혹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과거사에 제대로 대처하라는 바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서른살에 내놓은 두번째 작품(‘펄프픽션’)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감독으로 지난 2004년엔 칸 심사위원장을 맡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심사위원대상을 안기기도 했다. 할리우드 고전 장르영화 및 B급 액션, 공포, 액션 영화광인 그는 “대부분의 3D영화는 지루할 뿐”이라며 “액션과 음악이 어울려 관객들이 숨멎을 정도로 휩쓸릴 때야말로 순수한 영화적 순간”이라며 영화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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