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법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에 대해 ‘배임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한 검찰 논리를 뒤집고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정치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논란이 재차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천대엽)는 13일 사저 부지 매입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김인종(68)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경호처 직원 김태환(57) 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은 청와대 경호처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부지를 함께 매입하는 과정에서, 경호처의 부담금은 높게 책정하고 시형 씨의 부담금은 낮게 책정해 시형 씨에게 이익을 주고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이러한 의혹은 그대로 묻힐 뻔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지난해 6월 야당 의원들이 이 대통령 내외와 시형 씨 등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전원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시형 씨 등에 대해 소환 없이 서면조사만으로 그쳐 의혹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만을 들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의적 내부 기준 아닌 감정평가 결과 따라야”
당시 검찰은 나름의 내부 기준에 따라 부담금을 나눴기 때문에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김 전 경호처장과 김 씨가 재판 과정에서 줄곧 내세운 논리와도 같다.
검찰이 인정한 내부 기준에 따른 시형 씨 부담금은 11억2000만원이었다. 이는 매입 당시 경호처가 의뢰한 사저부지 감정평가 결과인 22억3천여만원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재정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면 (중략) 보상액 산정은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에게 평가를 의뢰해 그 평가액의 산술평균치를 기준으로 한다”며 검찰과는 판단을 달리 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이 참조했다고 주장하는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가격확인, 개인적 경험이나 주관적 평가 등은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방법 또한 주먹구구식에 불과해 현실성도 객관성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해 검찰 논리를 무색하게 했다.
▶“분담금 책정에 장래 개발 이익 고려할 이유 없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또 다른 논리는, 장래에 경호부지 가격이 상승할 것을 반영해 분담금을 정했기 때문에 배임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호부지의 경우 ‘밭(田)’으로 설정돼 있는 지목이 향후 ‘대지’로 변경 가능하고 이에 따라 경호처가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담금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유재산의 취득에 관한 법령은 공익사업으로 토지 등의 가격변동이 있더라도 고려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어 “경호부지의 개발이익은 매입 주체인 국가에게 귀속되며 이는 경호부지에 경호용 건물을 신축하고 그에 필요한 개발 허가를 신청ㆍ취득한다고 하는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에 의해서만 가능할 뿐, 그 과정에서 시형 씨가 기여하는 바는 전혀 없어 경호부지의 장래 개발이익을 이유로 분담액을 달리 정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검찰의 이러한 논리에 대해 “순전히 사인간의 거래라면 거래의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선해(善解)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경호부지 매입은 국가예산을 이용한 공적 업무의 실질을 지니는 것으로서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자의적인 방법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혀, 내곡동 부지 매입이 공과 사의 구분을 혼동한 행위였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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