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려고 하면 물가가 들썩이고 물가를 잡으려면 경제가 침체된다. 진정된 것 같았던 물가상승이 최근 들어 재연의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의 새 지도부가 또다시 힘든 정책적 딜레마에 빠져든 모습이다.
춘제(春節·음력 설)를 앞두고 물가가 들썩이면서 중국 정부가 고민에 빠져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2.5% 올랐다. 이는 지난해 5월의 3.0% 상승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채소, 양곡, 설탕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고 특히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돼지고기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춘제가 다가오면서 베이징 재래시장의 양곡가격이 정부 통계보다 최소 3배 이상 더 올랐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물가가 상승한 원인으로는 28년 만에 찾아온 맹추위로 농사가 잘 안 돼 공급물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많은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물가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가 될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재연’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물가상승세가 예상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월급만 빼놓고 모든 것이 다 올랐다’는 서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어서 낙관적 형세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난 2008년 여름 ‘리먼 쇼크’ 이후 전 세계에 불어닥친 불황은 수출로 성장을 지탱해온 중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2008년 말 4조위안(약 178조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또한 2009년과 2010년 2년간 사상최대 규모의 금융완화도 실시했다.
그 결과 중국은 ‘지폐의 홍수’에 뒤덮였다. 2010년이 되자 시장에 유통되는 M2(광의통화)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배나 되었다. 이 같은 유동성 범람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 2009년 11월 0.6%에 불과하던 물가는 그해 12월에 갑자기 1.9%로 올라버렸고 갈수록 상승세는 가팔라졌다. 2011년 여름에는 물가가 6.5%까지 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커다란 위기감을 느꼈다. 수억명의 빈곤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식품을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은 ‘정권의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11년부터 엄격한 금융긴축정책으로 선회했다. 이 정책으로 2012년에 들어서면서 물가 상승세는 진정됐지만 또 다른 부작용이 생겨났다. 은행대출이 극도로 줄어들면서 민간 중소기업에 돈이 돌지 않아 기업도산이 이어진 것이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졌다. 지난 2010년 1분기에는 11.9%에 달했던 성장률은 2012년 3분기에는 7.4%까지 하락, 중국 정부가 사수해온 이른바 ‘바오바(保八·최소 8%대 성장률 유지)’가 13년 만에 깨졌다. 경제를 살리려고 하면 물가가 들썩이고 물가를 잡으려면 경제가 침체된다. 진정된 것 같았던 물가상승이 최근 들어 재연의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의 새 지도부가 또다시 힘든 정책적 딜레마에 빠져든 모습이다.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어떻게 잡느냐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의 이해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시 꿈틀거리는 인플레이션에 중국의 새 지도부가 어떤 카드를 가지고 대처할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물가와 성장 중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올해 중국 경제가 확실히 힘든 한 해를 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