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이나 중국 중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자신감과 긴 호흡을 가지고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친밀도를 계속해서 높여가는 유연하고 균형잡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단이 지난 21일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한국이 전례를 깨고 첫 특사단의 방문지로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중국을 선택한 만큼 중국은 특사단에 큰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박 당선인이 중국에 가장 먼저 특사를 파견하는 등 ‘중국 중시(重視)’ 노선을 드러내고 있는 데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이 박 당선인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읽을 수 있다. 중국 언론에 보도되는 박 당선인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통’이다. 중국 정부의 특사로 한국에 온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부부장에게 유창한 중국말로 “신녠콰이러(新年快樂)”라고 새해인사를 나눌 정도다.
이명박 정부의 강성 대북정책과 미국 중심의 외교에 못마땅했던 중국으로서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변화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사실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품어왔다.
더구나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으로 무게를 두는 쪽으로 움직이자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화색이 돌지만 일본은 박 당선인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다. 일부 일본 언론은 불쾌함까지 드러내보인다. 산케이(産經)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서울지국장의 경우, 박 당선인이 일본특사를 만난 자리에선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정치와 외교가 지금 약삭빠르게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정부는 한국 서울고등법원이 야스쿠니신사 방화 혐의자 류창(劉强)을 일본으로 보내지 않고 중국으로 출국시킨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결정을 놓고 한ㆍ일 관계보다 한ㆍ중 관계를 우선시하는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 중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자신감과 긴 호흡을 가지고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친밀도를 계속해서 높여가는 유연하고 균형잡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현재의 국면은 한국 주도로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전략적으로도 한국이 유리한 시기라는 분석이다.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해 성장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있어 북한을 ‘돌파구’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중국 특사단 단장인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 기자들과 만나 “한ㆍ중 사이에 새로운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를 만들려고 중국에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사단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동북아의 냉전파고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면서 국익을 극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