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자살위험자 368만여명 -자살고위험군 여성 259만명으로 남성의 2.4배 -남성자살률은 여성의 2배. 남성은 치명적 자살방법 택하고 예고 없는 게 특징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자살공화국’이란 불명예의 책임은 대한민국 남ㆍ녀 모두에게 있다. 한국 여성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0.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단연 1위이다. 세계 2위 일본(10.5명)에 2배 수준에 육박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울증 등 정신건강 질환을 앓고 있는 자살고위험군 여성만 259만명에 달한다. 이는 자살고위험군 남성(110만명)의 2.4배에 이른다.

남성의 자살률도 인구 10만명 당 43.3명으로 독보적으로 세계 1위다. 헝가리 33.8명, 에스토니아 31.2명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자살고위험군에 속한 남성의 수가 여성의 절반도 안되지만 남성자살률이 여성의 2배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남성의 경우 추락사, 목맴(의사)사망 등 돌이킬 수 없는 극단의 자살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자살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은 특히 심적 고통을 받더라도 여성에 비해 이를 표현하지 않고 불시에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자살 시도나 자살상담 등 의사표시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생명나눔실천본부 자살예방센터에 들어온 상담건수는 면접상담의 경우 여성 64건, 남성 23건으로 여성이 남성의 3배에 이른다. 정택수 생명나눔실천본부 자살예방센터 상담팀장은 “자기의사를 쉽게 표출하지 않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자신이 자살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주변에 많이 알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극단적 선택에 앞서 ‘죽고싶다’는 표현을 자주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 결론적으로 일정부분 예고된 여성을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ㆍ녀의 자살이유는 어떻게 다를까. 남성의 자살이유는 스스로 짊어지는 과도한 책임의식과 때로는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인천에 사는 A(43) 씨는 지난 9일 사업실패를 이유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수면제 등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사업 실패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한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고 했다.

지난해 한 연구기관에 의해 발표된 ‘자살 충동 및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40∼50대 중장년 남성의 52%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알코올 역시 한국남성의 높은 자살률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자살동인 연구에 저명한 미국의 듀미스(Dumis) 교수팀은 2005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우울증 환자가 알코올 중독에 빠질 경우 그렇지 않은 우울증 환자 보다 자살위험이 3.16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실제 새해 첫날 생을 마감한 조성민 씨도 숨지기 전 술을 마셨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여성의 경우 우울증 유병률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족 해체, 경제적 문제 등 자살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울증 유병률을 낮추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의 우울증 비율이 여성을 자살 고위험군으로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과 여성의 자살원인과 징조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성별로 각각 다르게 접근해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 교수는 “자살시도가 반복될 경우 끝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경우 자살 시도가 일어났을 경우 그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성의 경우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자살에 이르기까지 그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우울증이 있어도 도움을 청하지 않는 남성의 심리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은 죽고싶다는 말을 하면 자존심이 상처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살고위험군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적지않다”면서 “음주가 잦거나 불면증을 앓는 남성의 경우 주위사람들이 그 이면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