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를 갉아먹는 자살을 막아보자는 의도로 헤럴드경제가 지난 14일 ‘자살’ 기획기사 연재를 시작하면서 독자들의 격려의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자살은 이제 어느 정신질환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치부해 버리기 어려울만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공익과 공공선을 추구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신문, 방송 등 언론 매체는 오히려 자살을 부채질할 정도의 보도 관행에 많은 문제를 드러내왔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을 경쟁적으로 자극적으로 묘사하고 보도해 수많은 모방 자살을 부르는 데에 일조했다. ‘베르테르 효과’를 간과한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첫 기획기사 ‘암보다 무서운 사회적 질병’의 숫자로 본 ‘자살’ 편을 보도한 14일 기자는 모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또 한 번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날 밤 모 지상파방송의 새 월화극의 자살 표현 때문이다. 극 여주인공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에서 부모의 자살이 자극적으로 묘사됐다. 밀폐된 차량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목숨을 끊은 모습이 너무도 사실적이었다.
지상파방송에서 자살방법이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드라마는 우울증에 취약한 40~50대 주부는 물론, 폭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어 자살 표현이 상세할 경우 모방 자살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조성민 씨 자살 이후 모방 자살이 잇따르자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나서 언론과 방송에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자살 예방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폴 이프 국제자살예방협회(IASP) 부회장 역시 헤럴드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대중매체의 사실적인 자살 묘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폴 부회장은 “한국 대중매체는 자살을 너무 자극적으로 묘사ㆍ미화하고 있다. 모방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드라마 작가와 연출자가 어떤 의도로 온 가족이 시청하는 드라마에 자극적인 자살 장면을 넣은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상파방송에서 자살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심의 규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