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딸)이 엄마 없이 1박2일 동안 낯선 시골로 여행을 떠나 생활하며 추억을 쌓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사진>가 지난 6일 한 번 방송만으로 시선을 주목시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아직 유행 중이지만 리얼함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특정 상황을 부여해놓고 카메라를 갖다대면 100% 솔직해지기 어렵다. 몰래카메라가 아닌 이상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험이 많아지면서 출연자의 상황 적응도도 매우 높아졌다.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는 리얼함을 강화하기 위해 좀 더 힘든 것에 도전해 그 반응을 본다거나, 정글이나 오지로 야생체험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모두 100% 리얼이고 순수 그 자체다. 방송 직전 권석 CP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재미있는 게 많이 나오더라”고 한 말이 사실로 확인됐다.
김성주의 아들 민국(9), 윤민수의 아들 윤후(7), 송종국의 딸 지아(6), 이종혁의 아들 준수(6살), 성동일의 아들 성준(7) 등 5명의 아이들이 보여준 꾸밈없는 모습은 시청자를 무장해제시켰다. 김성주는 기자에게 “아직 아들이 카메라로 찍어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방송이라는 걸 잘 모른다”고 말했다. 민국이 다섯 명 중 가장 낡은 집이 배정됐다며 대성통곡하고 떼를 쓰면서도 감자를 먹고, 그러면서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흐뭇했다. 먹을 걸 구하러 나가 돌아다니다 발견한 강아지를 한 번 더 보려고 계속 돌아가는 세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모처럼 실컷 웃었다. 그 아이들이 ‘강아지’였다. 민국이 강아지에게 했던 말 ‘우주쭈’는 유행어가 됐다.
민국 형에게 자신의 집을 양보하겠다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윤후는 한 살 아래인 지아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차가 지나가자 지아를 보호해주는 ‘남자’였다. 지아에게 “아유, 귀염둥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지는 모른다.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해맑고 천진난만하다. 그들의 행동은 뭘 해도 자연스럽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웃음과 재미를 준다. 하지만 어린아이들만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끌고 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아빠 어디가’에는 아이 외에 어른(아빠)도 있고 이들 간의 소통과 관계도 있다. 다섯 아빠 모두 아이와 둘이 떠나 자고 돌아오는 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김성주는 결핍을 모르고 자라 떼를 쓰는 민국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주목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성동일은 아이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러면서도 성동일은 아이가 떼를 쓰는 건 못봐 주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다. 성동일의 아들 성준은 아빠와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다. 이종혁은 보기와 달리 아이를 보는 게 ‘허당’이다.
‘아빠 어디가’는 앞으로 여행에서 겪는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아빠와 아이들이 점점 가까워지는지 혹은 갈등이 생기는지 다양하게 변하는 심리, 행동, 에피소드들을 리얼하고 유쾌하게 표현해낼 것이다. ‘즐거운 불편’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느끼며 좋은 추억을 쌓아나갈 것이다. 대화가 별로 없는 아빠와 아이들 간, 아빠들끼리, 아이들끼리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은 적지 않다. 모처럼 ‘일밤’에서 괜찮은 콘텐츠를 하나 건진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