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돌직구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온 스타인문학자 강신주가 최근 수위가 높아지는 걸그룹의 선정성을 놓고 “소아병적 관음증 사회”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강신주는 지난 20일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가진 출판계 한 모임에서, 우리 사회에서 걸그룹이 양산(?)되고 성적 표현 수위가 높아지는 데 대해, ”성적으로 자유롭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며, 걸그룹은 다만 “관음적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걸그룹의 ‘그룹’ 즉 ‘여럿’에 주목했다. 대상이 한 명일 경우에는 관음적 대상으로 부담을 느끼게 되지만 여럿일 경우에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여럿이 뭉친 걸그룹이 생겨난 배경을 왕조시대 ‘궁녀’에서 찾았다. 관음증이 한마디로 더 유치해졌다는 것이다. 강신주는 걸그룹을 ’궁녀’에 빗댄 데서 나아가 이를 ’거대한 위안부의 논리‘로 확장했다. “걸 그룹이 존재하는 데에서 위안부를 얘기할 수 있는가”는 것이다.
연초부터 새 앨범 ‘썸씽’을 들고나온 걸그룹 걸스데이의 망사 패션을 시작으로 달아오른 선정성 논란은 달샤벳, AOA, 레인보우 블랙의 그라비아 수준의 19금 뮤직비디오와 선정적 댄스로 가열되면서 이젠 도를 넘었다는게 일반적 평가다. 강신주는 이런 관음증적 행태를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으로 읽었다. 성적 금기때문에 “20대 때 떼야 할 것을 못 뗀 탓”이라는 지적이다. 음란성의 핵심은 금기인데, 금기로 인해 욕망이 생겨나고 대중문화는 이를 소비하는 구조로 흘러가게 된다.
그렇다고 걸그룹의 선정성이 우리사회가 성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는 선정성이 “금기가 자유로워진 결과가 아니라 단지 금기를 확대재생산하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골적으로 성적 금기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제스처만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유와 개성, 다양성을 진보ㆍ 발전으로 보는 그의 시각에서 제스처는 오히려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성적 제스처는 보편성을 띠기 때문에 연예산업은 이런 대중성을 담보로 수익을 창출하게 되며, 한류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돈벌이 게임”이란 해석도 내놓았다.
그는 최근 걸그룹과 아이돌이 많이 생겨나면서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대중음악의 다양성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자유와 다양성이 존재했던 60,70년대보다 후퇴했다는 설명이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밥 딜런, 사회적 금기를 모두 건드린 비틀즈 등 60년대는 가장 자유롭고 진보적인 사회였다. 4.19 전통을 지닌 한국의 60년대도 가장 앞선 시대였다고 평가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