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ㆍ유가 등 원가 10년 전보다 50%이상 인상 불구 제품값 ‘그대로’
식품 등 타업종 비해 인상시기 한발늦어 정부ㆍ수요업체 눈치보기
“기름값, 전기료, 펄프가격 다 올랐는데….”
국내 제지업체들이 종이값 인상 방침을 정하긴 했지만 좌고우면하는 중이다. 인쇄ㆍ출판 등 수요업체를 대상으로 인상요인을 설득하면서도 한편으로 새로 출범한 정부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식품, 건자재 등 타 업종보다 한발 뒤늦은 탓이다.
일부 업계는 정부 교체기를 틈타 기습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번주 새 정부가 본격 출범하는데 물가안정이 최우선과제여서 가격인상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제지업계는 인쇄용지 가격을 작년보다 6%가량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도 업체별로 5∼7%씩 공급가를 올렸지만 수요부진으로 인해 현장에서 실거래가격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인쇄용지 가격은 10년 전인 2003년 t당 평균 91만원에서 지금도 6,7% 정도 오른 100만원 미만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원가의 38%를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인 펄프는 지난해 평균 655달러대에서 올해 1, 2월엔 700달러선으로 크게 올랐다. 또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도 작년에 비해 최근 20% 가까이 상승했으며, 산업용 전기료도 1년 새 4차례나 인상됐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20일 “종이 제조원가는 10여년 사이 예사로 40∼100%씩 올랐지만 제품가격은 고작 7% 인상에 그쳤다”며 “수요부진까지 겹쳐 제지업체들의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부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부요인에 따라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한국제지 등 주요 제지업체들은 지난 2월 영업손익을 계산해본 결과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제지업체들이 가격인상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우선 교과서나 참고서를 제외하고는 책이 팔리지 않는 세태인데다 경기부진으로 광고전단 물량마저 줄어 출판ㆍ인쇄업체들의 사정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제지업체들은 최근 수요업체들을 맨투맨식으로 접촉하면서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인쇄용지는 고시가격이 있는 게 아니어서 공급자와 수요자간 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다만 제지업체들은 평균가격을 예년보다 몇 퍼센트 올리겠다는 점만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수요량에 따라 할인폭을 조정해 공급하는 구조다.
서울 을지로3가의 한 인쇄업자는 “올해는 특별한 국가적 행사도 없고 광고경기도 안 좋아 종이값을 올려주기가 어렵다”며 “제지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든지 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그래픽)최근 5년 국내 인쇄용지 소비량 추이(단위:천t) 2008년 2011, 2009년 1953, 2010년 1980, 2011년 1992, 2012년 1881
*자료=한국제지공업연합회(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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