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항소심서 거듭 무죄 주장법원, 정황만으로 유죄 사례늘어내달 5일 재판부 판단 관심고조

피고인 항소심서 거듭 무죄 주장 법원, 정황만으로 유죄 사례늘어 내달 5일 재판부 판단 관심고조

“저는 사람을 해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화제가 된 ‘낙지 질식 사망 사건’의 피고인 김모(33) 씨는 18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가 심리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김 씨는 2010년 모텔에서 여자친구 윤모 씨를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낙지가 목에 걸려 윤 씨가 숨졌다는 김 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목격자도 증거도 없었지만, 김 씨가 윤 씨를 생명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보험금을 타낸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부드러운 천으로 코와 입을 막는 등(비구폐색) 만취한 피해자의 저항을 제압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을 남겼다. 낙지를 먹기에는 윤 씨의 치아가 부실했다는 점, 전과 9범의 이력 등의 정황들도 김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서 김 씨 측은 1심 판단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윤 씨 몸에 어떤 상처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비구폐색을 통한 살해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람을 죽일 정도로 코와 입을 막으려면 얼굴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1만5000여건 중 1건만 얼굴 상처 없이 비구폐색이 이뤄졌는데, 이 사례는 60대 말기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식이 범한 것”이라는 법의학자의 검안 결과를 소개했다.

보험금을 노린 살해라는 점도 반박됐다. “멈춘 심장이 다시 뛰려면 호흡이 멈춘 지 5~8분 사이에 심폐소생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법의학자의 소견이 근거가 됐다. 사건날 119는 신고 후 5분만에 현장에 도착, 심폐소생술로 윤 씨 심장을 되살렸다. 즉 김 씨는 윤 씨가 질식한 후 길어도 3분 이내에 신고해 빠르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김 씨가 윤 씨를 살리려 한 것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 아니었음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치아가 부실한 윤 씨가 낙지를 먹게 된 정황과 관련해서는 윤 씨가 사건이 있기 며칠 전 ‘낙지를 먹으러 가자’고 윤 씨의 동생과 통화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증거상 사망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이 없다”며 1심과 같은 형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최근 법원은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5일 있을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corp.com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