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0회> 총칼 없는 전쟁 (4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정사를 마친 유민 회장과 송유나는 이마에 번진 땀을 닦아낸 후 서둘러 탈의실을 빠져나왔다. 초현대식 오피스텔을 개조하여 룸살롱 형태로 바꾸어 놓은 곳이 이곳 ‘유리의 성’이었다. 얼핏 80평이 넘는 공간에 미로처럼 복도로 연결된 구조였지만 유민 회장의 눈에는 간장종지를 엎어놓은 것처럼 좁게만 보였다.
“자네… 꽤나 열정적이야. 누가 본 사람은 없었겠지?”
“서로들 바쁠 텐데요 뭐. 너무 걱정 마세요. 그나저나 이건 어떡하지요?”
송유나의 손에는 삼각형 천 쪼가리 한 장이 들려있었다. 아, 그랬지… 저 작자들에게 보약을 한 사발씩 퍼 먹이기로 했었지? 유민 회장이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송 마담이 직접 한 잔씩 제조해 봐요. 아주 걸쭉하게 말이야, 흐흐흐.”
“너무 과한 처사 아닐까요? 혹시 기분이라도 상해서 내일 주주총회 때 딴 짓을 하면 어떡해요? 누굴 지지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괜찮아, 다 몸보신에 좋은 거야.”
10%의 주식을 담보로 한 술판은 이런 식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한 때 우리 사회의 술 문화를 나락으로 빠뜨렸던 폭탄주 시리즈를 두루 거치고, 급기야 착용중인 여자팬티마저 동원된 후에야 예상했던 대로 2차 하이라이트로 접어들었다.
이미 짜 놓은 기획안대로 도종호 상무는 ‘두리’가, 송달민은 ‘세나’가 맡아 각자 그들을 부축하고 침실로 사라졌다. 80평에 달하는 소위 ‘주식회사 유리의 성’에는 번호표가 붙은 침실만 무려 네 개에 달했지만 습관처럼 두리는 2호, 세나는 3호실로 들어갔을 것이다.
“회장님, 지금 ‘하나’가 나머지 다섯 명을 이끌고 1호실로 들어갔어요.”
“그래? 하나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 말아요. 걔는 이미 달인의 수준에 들어선 애니까요.”
그로부터 30분쯤이나 지났을까? 2호실, 3호실에서는 가끔씩 외마디 소리로 이어지는 괴성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문제의 1호실은 쥐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다섯 명의 남자들이 모두 잠에 곯아떨어진 것도 아닐 텐데?
‘카마수트라를 전공했나? 어떻게 다섯 명을 떡 주무르듯 하지?’
유민 회장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언젠가 알몸으로 숨어들었던 그 김치냉장고 위에 걸터앉은 모습이었다. 그날… 거실로 잡혀 나온 송유나는 결국 마누라 신희영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 얼마나 황망히 끌려나왔는지 팬티 차림에 브래지어를 걸치기만 했을 뿐, 미처 후크조차도 채우지 못한 채 눈물짓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이게 바로 ‘들킨 정’이란 말인가?
“이번 주총 일이 잘 되면 자네에게도 한 몫 떼어줄 거야.”
유민 회장은 송유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공허한 바람만 숭숭 드나들던 그의 가슴 속에 송유나의 사랑이 늘 푸근하게 채워지곤 했으니, 그 호언장담이 말짱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1호실이 어째 이렇게 조용하지요? 살짝 들여다볼까요?”
그들은 베란다를 지나 1호실 뒤편으로 돌아 나갔다. 오피스텔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방마다 에어컨 파이프를 집어넣기 위해 작은 구멍을 뚫어놓았던 것인데… 그 구멍을 통해 방 안을 엿보던 그들은 그만 기겁을 하고야 말았다.
‘하나’는 예상대로 손가락, 발가락, 입술을 모두 활용하여 다섯 남자를 농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카마수트라와 전혀 달랐다. 그녀는 8등신의 늘씬한 몸을 침대 위에 길게 눕힌 채였고, 웃통을 벗어젖힌 네 명의 남자들은 각자 그녀의 손, 발을 하나씩 꿰차고 쪼그려 앉아 매니큐어와 페디큐어를 칠하는 중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그녀의 입술에 립스틱을 정성스레 바르는 중이었는데… 어쨌거나 남자 후리기로는 카마수트라를 능가하는 필살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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