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직장인 A(40)씨는 동료와 은퇴와 관련한 얘기를 할 때마다 남의 나라 얘기인 것 같다. 자녀 교육비에 주택자금 대출 상환까지 돈 들어갈 데가 천지다 보니 국민연금 외에 변변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렇다고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자신의 노후를 맡기자니 그 역시 못할 짓이란 생각이다. 그렇다면 A씨의 노후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금융 전문가들은 더이상 내 노후를 아이들에게 맡길 수 없다고 단언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하는 고령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어깨가 무겁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생산가능 인구 5.8명이 1명의 고령자를 부양해야 했지만, 2030년에는 2.5명이, 2060년에는 1.2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 준비는 적은 돈과 노력이라도 빨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당장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은퇴 이후 생활을 상상하라=우선 은퇴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상상해보라. 은퇴 이후 많아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활은 주로 어디에서 할 것인지, 취미생활은 무엇을 즐길 것인지,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보자. 은퇴 이후 생활 일과표를 작성하거나 6하 원칙에 따라 은퇴 생활을 정리하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은퇴 준비의 4가지 영역으로 ▷재무(경제적 안정성) ▷건강(신체적ㆍ정신적 건강상태) ▷활동(일, 여가, 사회활동 정도) ▷관계(원활한 가족, 대인관계) 등을 꼽았다. 즉 은퇴 이후 생활은 단순히 재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노후자금을 계산하라=은퇴 후 생활의 윤곽을 그렸다면, 이제는 그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예상해야 한다. 그래야 은퇴자금을 계획적으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에는 은퇴 전 생활비의 70~80%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확하게 계산을 하려면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에 은퇴까지 남은 기간의 물가변동이 반영된 구매력(실질가치)을 계산해야 정확한 은퇴자금을 계산할 수 있다. 보통 2~3%의 물가상승률을 적용한다.

계산이 어렵다면 금융감독원(edu.fss.or.kr)이 개발한 ‘참 쉬운 재무진단’ 중 ‘정밀진단’을 이용하면 은퇴 후 자신이 원하는 생활비 수준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또 미래에셋은퇴연구소(retirement.miraeasset.com) 은퇴 계산기, 삼성생명 스마트라이프디자인(smartlifedesign.co.kr) 라이프컨설팅 내 계산기 등을 이용하면 쉽게 은퇴자금을 계산할 수 있다.

▶연금 3층 구조를 쌓아라=은퇴 자금을 계산했다면 이제 실천에 옮길 차례다. 국민연금이 있으면 밥과 국은 먹고, 퇴직연금이 있으면 고기반찬을 먹을 수 있으며, 개인연금이 있으면 후식까지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즉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생활만 보장하고,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것이며, 개인연금은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가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다면 국민ㆍ퇴직ㆍ개인연금으로 이뤄진 연금 3층 석탑을 쌓는 게 좋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ㆍ사학ㆍ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은 사망 전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고,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된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10년, 다른 연금은 20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지만, DB형이나 IRP형은 근로자가 사업자를 선정해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DC형이나 IRP형을 선택하려면 운용 사업자별로 재무건전성이나 운용수익률, 수수료 등을 비교한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종합안내 홈페이지(pension.fss.or.kr)를 통해 수익률 정보를 비교 공시하고 있다. 퇴직금이 없는 자영업자는 노란우산 공제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DB형과 DC형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임금인상률과 자신이 운용해 낼 수 있는 성과를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즉 장기근속과 꾸준한 임금상승이 가능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닌다면 DB형,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임금상승률이 낮은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는 DC형이 유리하다. 또 투자성향이 보수적이라 원금 보전이 더 중요하면 DB형을, 보다 많은 수익을 원한다면 DC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개인연금에는 크게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이 있다. 연금저축은 연말정산 시 13.2%의 세액공제가 되는 상품이다. 다만 연금을 받을 때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하고,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연금보험은 세액공제는 안 돼도 ▷납입보험료 2억원 한도로 10년 이상 유지 ▷월 적립식으로 5년 이상 낸 후 10년 이상 유지 ▷55세 이후 사망까지 연금으로 받는 종신형 연금에 가입하면 보험금을 받을 때 비과세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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