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 최고의 국정자문기관인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지도부 선출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최측근인 링지화(令計劃·56)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이 특표율 최저로 간신히 정협 부주석에 선출되는 ‘굴욕’을 겪었다. 이같은 결과는 아들의 음주교통사고, 가족들의 부정축재설로 인한 이미지 악화 때문으로 보인다.
정협은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위정성(兪正聲·68) 정치국 상무위원을 임기 5년의 신임 정협 주석으로 선출했다. 이와함께 두칭린(杜靑林) 제 1부주석을 포함한 부주석 23명도 함께 선출했다.
위정성은 찬성 2188표, 반대 4표, 기권 1표를 얻었다. 10년 전 전임주석 자칭린(賈慶林)이 반대 79표를 얻은 것과 비교해보면 좋은 반응이다.
부주석에 선출된 링지화는 찬성 2079표, 반대 90표, 기권 22표라는 최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아들의 음주교통사고, 가족의 부정축재 의혹 등의 영향으로 이번 선출에서 ‘비인기’가 입증됐다.
링지화는 후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공청단파 핵심인물이다. 판공청 주임은 최고지도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막후 실세’다. 그는 한때 상무위원 후보로까지 거론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으나 지난 9월 비교적 한직인 통전부장으로 밀려나면서 내리막길이 예고됐다
그의 정치인생을 코너로 몰아넣은 결정타는 아들 링구(令谷)의 교통사고였다. 그의 아들은 지난해 3월 10억원 짜리 페라리 승용차에 소수민족 출신 여대생 2명을 태우고 가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사고로 숨졌다.
차에 탄 알몸 여대생 둘 중 한 명이 링지화 아들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아들의 호화로운 생활태도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일부 정협위원들은 링지화의 득표가 낮은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이는 정협이 매우 민주적인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명한 경극배우 메이란팡(梅蘭芳)의 아들인 메이바오주 위원은 12일 홍콩 밍바오(明報)에서 “아들 문제로 링지화가 타격을 받았다”면서 “아버지로서 아들을 잘 가르쳐야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태자당 출신 중에선 완리(萬里) 전 전인대위원장의 아들 완지페이(萬季飛)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이 3표의 반대로 상무위원에 설출되어 가장 인기가 높았다. 반면 8대 혁명원로 중 한명인 천윈(陳雲)의 아들인 천위안(陳元) 국가개발은행 회장은 반대 27표, 기권 8표로 부주석에 선출됐으나 가장 호응도가 떨어졌다.
덩샤오핑(鄧小平)의 딸 덩난(鄧楠), 리셴녠(先念之) 전 국가주석의 딸 리샤오린(李小林)도 각각 반대 9표, 기권 2표로 상무위원에 선출됐다.
소수민족 중에선 닝샤(寧夏)자치구 주석인 왕정웨이(王正偉)가 정협 부주석에 새로 선출됐다. 56세인 왕정웨이는 이슬람교를 믿는 후이(回)족이다. 초대 홍콩 행정장관을 지냈던 둥젠화(董建華)는 반대 8표, 기권 2표를 기록했다.
의외였던 것은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의 부주석 탈락이었다. 그는 이번에 상무위원에 그쳤다. 대만언론은 천 부장이 중국-대만 간 반관반민 협상창구인 해협양안관계협회(ARATS) 회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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