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도로시 없고 마법사만 남은 ‘개봉 신작 ‘오즈 그레이트…’
‘헨젤과 그레텔’ 총·활로 무장 아예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
할리우드 잇단 영화 재구성 새롭게 변신한 인물·내용 ‘신선’
과자로 된 예쁜 집에 마음을 빼앗겼던 소년소녀 대신 총과 활로 무장하고 마녀와 싸우는 청년 전사로 다시 태어난 헨젤과 그레텔. 콩나무를 타고 내려온 거인족을 물리치고 왕국을 구해내는 액션 영웅 잭. 도로시는 간 곳 없고 마법사만 남은 ‘오즈의 세계’. 디지털 시대의 동화란 무릇 이런 것일까? 새로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은 ‘헨젤과 그레텔’ ‘재크와 콩나무’ ‘오즈의 마법사’를 지금 어른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때 베토벤을 개의 이름으로, 미켈란젤로를 닌자 거북이로 알고 자랐던 세대들처럼 말이다.
할리우드가 잇따라 고전동화 원작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첨단 영상기술로 무장했는데, 새롭게 변신한 모습이 ‘가관’이다. 원작은 흔적뿐, 전혀 다른 인물과 이야기로 재구성됐다.
가장 최근 개봉한 샘 레이미 감독의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1900년 발표된 L.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한 영화지만, 도로시를 쫓아내고 마법사 오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 영화는 말하자면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의 이야기를 상상한 작품이다.
오즈(제임스 프랑코 분)는 캔사스 서커스단의 별 볼일 없는 마술사다. 낡은 옷과 누추한 무대에서 몇 안 되는 관객을 상대로 그저 그런 마술이나 부리고 돈 몇 푼 쥐는 생활이지만, 언젠가는 마술사 해리 후디니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만은 크다.
그러던 중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낯선 세계에 떨어지는데, 그곳이 자신과 똑같은 이름의 왕국 ‘오즈’다. 여기서 오즈는 전설을 듣는다. 왕국과 똑같은 이름의 위대한 마법사가 와서 사악한 마녀로부터 백성들을 구해 줄 것이라는 내용이다. 어마어마한 보물과 왕의 자리가 탐났던 오즈는 사악한 마녀를 물리치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여정에서 곤경에 처해 있던 날개 달린 원숭이와 도자기 인형 소녀를 구하고 동행한다.
그런데 서로 상대가 사악한 마녀이며 자신은 착한 마녀라고 우기는 세 마녀 테오도라(밀라 쿠니스 분), 에바노라(레이첼 와이즈 분), 글린다(미셸 윌리엄스 분) 틈바구에 끼여 오즈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게다가 강력한 마법을 가진 마녀들과는 달리 자신은 한낱 눈속임에 기댈 뿐인 보잘 것 없는 마술사라는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한다. 오즈는 캔사스로 다시 도망치려 하지만, 백성들의 기대와 믿음을 끝내 떨치지 못한다.
영화는 이기적이었던 오즈가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꿈과 선의, 믿음, 재능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담이자, 활동사진으로 표현되는 영화의 ‘마술적 힘’에 경의를 표하는 동화다. 오즈는 빛과 그림을 이용한 활동사진으로 사악한 마녀를 물리친다. 아이맥스 3D로 보여주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영상의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오즈의 마법사’와 많은 DNA를 공유하지만, 모습은 전혀 다른 ‘이란성 쌍둥이’같은 작품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영국 전래 민담 ‘잭과 콩나무’를 원작으로 했다. ‘장에 소를 팔러 갔던 잭이 콩 몇알만 받고 돌아와 홀어머니에게 혼나고 무심코 던졌던 콩이 하룻밤 새 하늘까지 자라난다. 잭은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거인에게서 각종 보물을 훔쳐 내려오다 결국 발각돼 쫓기지만 어머니가 도끼로 콩나무를 베 거인을 막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바뀌었다.
잭(니콜라스 홀트 분)은 소년이 아니라 다 큰 청년이고 소 대신 말을 팔러나가며, 홀어머니 대신 홀아버지가 있었으나 그마저도 여의었다. 물론 콩은 그대로 순식간에 자라나 하늘에 닿는다. 그런데 왕국에는 거인족을 이용해 왕국을 독차지하려는 한 신하가 있었으니, 그로 인해 무시무시한 거인들이 떼로 하늘에서 왕국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 때 나서는 영웅이 바로 잭. 잭은 거인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내며 왕국을 구한다.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은 아예 청소년관람불가 영화가 됐다. 헨젤(제레미 레너 분)은 총을 들고 젬마 아터튼(그레텔 분)은 다연발 활로 마녀들을 무참하게 죽인다. 마녀의 사지가 찣기고 유혈이 낭자하다. 심지어 에로틱한 장면들도 적지 않다.
링컨 대통령까지 뱀파이어 헌터로 만든 마당, 실화든 동화든 재밌고 돈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블록버스터로 만들어버리는 ‘식탐’에 가까운 할리우드의 상상력이 놀랍지만, 한편 자라나는 세대들과 말문이 막힐까 기성세대로선 걱정도 앞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