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음식점 메뉴판에 영어 단어가 하나도 없는 경우가 있었다. 길거리 표지판도 복잡해 긴장하지 않으면 이동할 때마다 방향감각을 잃고 헤멜때가 많다.”
지난 23일 오후 인사동에서 만난 마크 베티(28ㆍ미국 시애틀) 씨가 일주일 동안 서울을 여행하고 밝힌 소감이다. 그는 “경복궁, 덕수궁, 명동, 대학로 등을 다니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결혼을 하면 아내와 함께 다시 서울을 방문하고 싶지만 그 때는 이런 불편함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시대.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이들의 반응을 들어보면 씁쓸함을 감출수 없는게 현실이다.
길거리 표지판, 음식점 메뉴판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인프라는 중구난방이다. 실제 인사동의 음식점 몇 군데만 들러봐도 이 같은 실태는 금세 파악된다.
한 식당에서는 설렁탕을 ‘Seolnongtang’, 모듬수육을 ‘Modeum Suyuk’이라고 표기한 메뉴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찐만두도 ‘Steamed Dumpling’이라고 하면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것을 ‘Jjinmandu’라고 표기해놨다. 인기메뉴인 불고기도 ‘Bulgogi’부터 ‘Roast Meat’까지 표기법이 제멋대로다. 문법상 틀린 표현 역시 곳곳에 눈에 띈다. 이 정도면 누구를 위한 영어 표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외국 관광객들이 느끼는 ‘앵그리(Angry) 한국’이다. 이날 러시아인 관광객 두명이 탑골공원 인근의 한 광광안내센터를 찾았다. 유창한 영어로 ‘경복궁’의 위치를 묻는 이들에게 관광안내요원은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동그라미 친 뒤 ‘지도 한장’ 건네는 것으로 안내를 마쳤다. 그야말로 ‘무뚝뚝한 응대’였다. 이러한 실정이라면 늘어나는 관광 안내소가 반갑지만은 않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순까지는 중국의 ‘노동절’과 일본의 ‘골든위크’가 맞물려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한국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기간동안 외래 관광객이 약 34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증가하는 외래 관광객의 수치에만 집중해 장밋빛 ‘관광 한국’을 꿈꿔서는 곤란하다. ‘다시찾고 싶은 한국’을 만드는데 관계당국의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