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으로 제2 전성기’ 최일구 앵커

MBC 퇴사후 1년만에 케이블행 언론사 딱지뗀 명함서 만감교차

나는 국민앵커 아닌 찌라시앵커 자유로운 풍자·비판 계속해갈것

‘MBC 간판앵커’ ‘국민앵커’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숱한 어록도 남겼다. 최일구<사진> 앵커가 이젠 ‘MBC의 간판’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돌아왔다. 자리는 달라졌지만 마음은 여전했다. 국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어록 행진’도 한결같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국민앵커’가 아닌 ‘찌라시 앵커’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최일구(53) 앵커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파업 이후 MBC를 퇴사한 뒤 2개월, 파업기간 중 방송을 하지 못했던 것을 더하면 1년2개월 만의 복귀다.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27년3개월, 청춘을 바쳤던 MBC를 퇴사하기로 한 것도, 케이블 프로그램으로 복귀를 결정한 것도 그렇다.

최 앵커에게 지난 1년2개월은 길었다. “지난해 2월 말부터 파업에 동참했는데, 한겨울에 시작해 한여름에 끝이 났어요. 파업 후에도 정직상태로 지내며 무직자나 노숙자처럼 왔다 갔다 하고, 교육을 받고. 격리된 생활을 1년 넘게 했어요.” 생활인으로의 비애가 묻어났다. 그해 2월 4일엔 외부특강을 나간 후 회사에 신고하지 않아 사규를 어긴 것이 적발됐다. 이 일로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정직 3개월을 받아들게 됐다. 최 앵커는 나이 쉰을 넘긴 자신이 ‘비참하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단 한 번도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기자 출신이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이렇게 무의미하게 살아서 뭐하나” 싶은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앞날이 막막해지는 시간 앞에 그는 “나더러 그만 두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올 2월 MBC를 떠난 이유였다.

최일구(전방송기자/전앵커)
최일구(53) 앵커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동참했던 파업 이후 MBC를 퇴사한 뒤 2개월, 파업기간 중 방송을 하지 못했던 것을 더하면 1년 2개월 만의 복귀다.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를 전하는 코너(‘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서다.
최일구(전방송기자/전앵커) 최일구(53) 앵커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동참했던 파업 이후 MBC를 퇴사한 뒤 2개월, 파업기간 중 방송을 하지 못했던 것을 더하면 1년 2개월 만의 복귀다.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를 전하는 코너(‘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서다.

이제 최 앵커는 새로운 명함을 받아들었다. 두 번째 녹화를 앞둔 지난 20일 상암 CJ E&M센터에서 만났을 때 그는 MBC 명함을 먼저 건넸다. 꺼내는 손이 민망한 듯 ‘공허(空虛) 최일구’ MBC 보도국 부국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최 앵커는 바로 새로운 명함을 받아들었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CJ E&M ‘최일구 앵커’라는 명함이다. 최 앵커도 27년여 만에 받아든 새 명함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지었다.

“퇴사에 대한 미련이라면 끝까지 남아 정년퇴직을 하지 못한 것, 회사가 정상화가 안된 상황에 나온 미안한 마음이죠.” 하지만 이제 그는 야인이 됐다. 새 명함을 손에 들고 “마음에 든다”며 새로운 일을 하는 이곳에 빨리 동화되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다. 지상파에 몸 담았을 때보다는 더 자유로운 풍자와 비판이 가능하다는 것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랜 시간 손에 쥔 우산은 내려놨다. 울타리도 넘어섰다. “인생, 월세 아니면 전세”라는 쿨한 최일구 앵커에겐 ‘인생 2모작’인 셈이다. 이곳에서 ‘국민앵커’, 아니 그가 말하길 ‘찌라시 앵커’의 ‘어록행진’을 기대해도 좋을까.

“일개 앵커의 말이 무슨 어록인가요.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어록이 돼야 하는데 연예인 말이 어록인 시대에 산다는 건 슬픈 일이죠. 내가 하는 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다만 국민들의 상식적인 수준에 맞출 뿐이에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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