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위기때 5센트서 266弗 급등뒤 46.81弗까지 폭락…거품논란속 전세계가 주목하는 온라인 가상재화‘A to Z’
비트코인, 넌 누구냐 2009년 정체불명 프로그래머 집단 개발…P2P 방식 거래 총 2100만코인‘채굴’가능…이코노미스트“디지털 금광”
어디에 어떻게 쓰나 환전·세금·수수료 전무…온라인 뱅킹처럼 전자지갑 사용 도미노피자서도 결제 가능…전세계 100여곳 상점서 유통
주류통화까진 먼 길 美포브스“거래 불안정성 상존…가치 하락할 가능성 크다” 마약거래·검은돈 세탁 등 악용 우려…정부차원 통제 검토인터넷
17세기 네덜란드. 당시 유럽 최강국이었던 네덜란드에서 튤립 투기 열풍이 불었다. 튤립 뿌리가격이 1개월 만에 50배나 뛴 것이다. 귀족들이 사치 수단으로 희귀 튤립뿌리를 사모으기 시작하면서 튤립 생산자와 수요자뿐만 아니라 신흥 부자들, 일반인, 심지어 시종들 사이에서도 튤립 사재기 광풍이 일었다. 그러나 이내 거래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법원에서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자 버블은 순식간에 꺼져 가격은 최고치 대비 수천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것이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 거품 사건이다.
현대판 튤립버블이 온라인상에서 발생했다. 말 그대로 ‘듣도 보도 못한’ 화폐, 비트코인 얘기다.
비트코인은 원, 달러, 엔, 유로화와 같은 현실에서 사용하는 실물통화가 아닌 온라인상에서만 유통되는 가상 화폐다. 그런데 이 유령 같은 화폐에 세계적 벤처 투자 거물과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출범당시 5센트(한화 56원)하던 가치가 한때 266달러(29만7000원)까지 치솟더니 지난 11일엔 46.81달러(5만2200원)까지 82% 폭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 거품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무섭게 거품 붕괴가 시작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일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관련해 “이번엔 월스트리트는 무죄”라며 “경제 역사학자들이 곧 자산 버블 역사에 비트코인을 추가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안돼 가격이 폭락하자 블룸버그는 “결국 이것이 화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평가절하했다.
▶비트코인의 정체=천재적인 디지털 화폐로 일컬어지는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의 정체불명 프로그래머 개인 혹인 집단에 의해 만들어졌다. 제도권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실물 통화와 달리 온라인상의 신뢰만을 바탕으로 P2P(다자 간 파일공유) 방식으로 거래된다.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있는 일본 도쿄의 마운틴 곡스(Mt. Gox)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매하거나, 비트코인 마이너( Bitcoin Minerㆍ비트코인 광부)라고 불리는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버는 방법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가상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비트코인 거래 기록에 관한 복잡하고 암호화된 수학문제(알고리즘)를 풀면 한번에 최대 50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다. 비트코인 초반 채굴 당시에는 문제를 풀기 쉬웠지만 비트코인 채굴 규모가 커질수록 암호화 난이도가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설계돼 코인 공급량는 4년마다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총 공급량은 정해져 있다. 향후 100년간 최대 2100만코인까지 ‘채굴’ 가능하며 제도권 중앙은행의 통화량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금과 같은 원자재 자산의 성격을 띤다. 이코노미스트는 13일자 최신호에서 “비트코인은 통화라기보다 디지털 금광과 같다”고 표현했다. 현재까지 약 1100만코인이 채굴됐다.
코인 채굴을 위해서는 보통 CPU보다는 계산속도가 빠른 GPU와 그래픽 카드가 필요하다. 갈수록 문제가 어려워져 수십명이 모인 ‘채굴연합’이 생성되기도 하고, 수천만원에 호가하는 채굴기(機)가 동원되기도 한다.
▶어디에 어떻게 쓰나=비트코인은 디지털 통화이기 때문에 인터넷만 연결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하다. 일부러 은행에 가 환전할 필요도 없고, 이자 소득이 발생했다고 정부에서 세금을 매기지도 않으며, 송금 수수료도 없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비트코인 ATM까지 나와 입출입도 가능해졌다.
비트코인은 공개성과 익명성을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온라인 뱅킹처럼 사용자의 전자지갑에 저장되고 이 지갑에는 각각 고유 주소가 부여된다. 전자 서명을 통해 결제하면 몇 분 후 거래 내역이 비트코인 마이너에게 확인되고 네트워크에 차명으로 영구 저장된다. 이 같은 익명성 때문에 암시장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비트코인 사용 영역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100개가 넘는 상점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등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보폭을 확장했다. 최근 도미노피자가 ‘피자포코인(PizzaforCoins)’을 오픈해 비트코인 결제를 승인했고 뉴욕의 BRV바는 술값으로 비트코인을 받기로 해 화제가 됐다.
세계적 벤처 투자가도 비트코인에 발 빠르게 투자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과의 법적 공방으로 유명세를 탄 타일러와 캐머런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지난 여름 이후 11일 기준으로 1100만달러(약 124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모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윙클보스 형제가 비트코인 총 발행량의 1%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버블에 불을 붙인 것은 키프로스 사태였다. 키프로스 사태로 은행에 둔 예금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새로운 ‘세이프 헤븐(Safe Havenㆍ안전자산)’으로 비트코인이 급부상했다.
▶주류 통화까진 먼 길=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비트코인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트코인 가치가 하락하거나 소실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그 대표적인 이유로 거래 불안정성과 당국의 규제 가능성을 들었다.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틴 곡스는 지난 3일 해킹 공격을 받아 거래 기능이 중단됐다. 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비트코인은 마약 거래나 도박 등 검은 돈 세탁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정부 차원에서 통제 불가능한 비트코인을 그대로 둘 리도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맥도너 비즈니스 스쿨의 짐 앤젤 교수는 FT에 “정부는 통화 영역에서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만일 비트코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당국은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