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고객 소음·진동 유독 민감 소음 잡는 음성 주파수 방출 차체에 알루미늄…진동 흡수
스포츠카는 다이내믹 소리로 프리미엄급 차는 고급음으로 현대차 ‘엔진음 디자인’ 첫 선
소음ㆍ진동(NVHㆍNoise Vibration Harness)과 연비는 상극이다. 연비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선 무게를 줄이고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등 동력전달장치)을 다운사이징(배기량을 줄여 연비를 높이면서도, 출력과 토크는 오히려 높이는 것)해야 한다. 그러나 소음과 진동이 심해진다.
국내 자동차 고객들은 유독 소음ㆍ진동에 민감하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신형 싼타페 론칭 행사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소개한 부분도, 기아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신형 카렌스 안내 책자에서 강조한 것도 다름 아닌 ‘소음ㆍ진동을 크게 개선했다’는 내용이었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소음ㆍ진동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는 친환경차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소음ㆍ진동도 잘 다듬(?)으면 차량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역발상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독 소음ㆍ진동에 민감한 국내 고객…기술력 세계 최고=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연말 출시된 에쿠스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은 기존 에쿠스에 비해 가속 투과음과 로드 노이즈가 각각 1dB, 2dB씩 낮아졌다. 차음ㆍ제진재 등을 보강하고 댐퍼를 추가한 덕분이다. 공회전 시 진동도 1dB 줄였다. 이에 따라 경쟁차인 렉서스 LS460과 소음ㆍ진동이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주행할 때는 렉서스 LS460보다 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 K9은 바닥 커버, 지붕 패드를 넣고 제진재 두께를 증대시켰다. 차체 단면 부위에 발포 충진재도 확대 적용했다. 바람 소리를 줄이기 위해 2중 접합 차음 유리, 도어 3중 실링, 그리고 구동계와 차외 소음을 위한 각종 기술이 들어가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진동ㆍ소음 성능에 대해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소음ㆍ진동 문제가 차지하는 불만 비율이 50%에 달하는 반면, 유럽은 소프레(Sofresㆍ프랑스 마케팅 조사기관) 조사 결과 약 20%에 불과하다. 당연히 이 분야 기술력이 앞설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 (르노삼성이) 르노-닛산 그룹 내에서 가장 앞선 연구를 하고 있고 그 분야를 리드해 나가고 있다”며 “르노와 다임러 간 공동으로 A 세그먼트 차량을 개발하고 있는데, 르노삼성자동자에서 한 명이 3년째 파견돼 초기부터 NVH 성능을 책임지고 개발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車 업계, 첨단 소음ㆍ진동 제어 기술 속속 도입=GM코리아가 지난 1월에 출시한 콤팩트 스포츠 세단 ‘캐딜락 ATS’<사진>에는 보스 (Bose) 오디오 시스템과 공동으로 개발한 사운드 제어 기술이 들어갔다. 소음이 발생하면 자동차 스피커에서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음성 주파수가 방출돼 소음을 상쇄하는 것이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뉴 제너레이션 ES의 정면 앞유리(윈드실드글래스)와 앞문 유리(프론트도어글래스)에는 유리 사이에 고성능 방음 필름이 들어간 3중 방음 유리가 장착돼 있다. 차세대 렉서스에는 차체 측면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켜 소음과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에어로 스태빌라이징핀’이라는 F1(포뮬러원)의 공기역학기술이 들어갔다.
세계 최초로 풍동시험을 시작한 양산 브랜드 아우디는 에어로다이내믹(Aerodynamic) 디자인을 많이 활용한다. 저항을 줄여 고속 주행 시 연비와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소음을 줄이는 등의 여러 가지 개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코리아 측은 항력계수 0.26으로 동급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차체 몸체(Body)에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합금을 많이 써 재질 고유의 진동 흡수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엔진 소리가 나지 않은 친환경차 등장…소음도 이젠 브랜드=앞으로 내연기관 대신 모터로 구동되는 친환경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음을 줄이는 대신, 소음을 ‘다루는’ 기술이 중요해진다. 엔진이 작동하는지, 냉각 팬은 제대로 돌아가는지 등등을 운전자가 알 수 있는 ‘착한 소음’이 필요한 것이다. 북미에선 보행자안전법률을 통해 저소음 환경차량이 30㎞/h 이하에선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의무화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단순히 소음 억제의 수준을 넘어서서 즐거운 운전을 위해 운전자가 느끼는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드는 기술도 필요하다. 스포츠 차량은 다이내믹한 소리를, 프리미엄급 차량은 고급음으로 상품성을 개선할 수 있다. BMW, 재규어, 포르셰처럼 소리만 듣고도 차량의 브랜드를 알 수 있는 방식으로의 진화도 진행형이다.
현대차도 ‘능동제어 소음저감 기술(ANC, Active Noise Controlㆍ역파장 음파를 통해 소음 상쇄)’ ‘주행음 구현기술(ASDㆍActive Sound Designㆍ운전자가 엔진음을 선택)’을 상용화 테스트 중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엔진사운드와 배기음은 기본적으로 차량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 되어 설계되고 차종에 따라 그 사운드를 운전자가 선택할 수도 있는 상황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