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성희롱 가이드

A 씨는 지난 2010년 취업을 위해 직업전문학교에서 ‘재무관리과정’ 훈련을 받던 도중, 해당 교육기관장으로부터 이상한 문자를 수 차례 받았다. 밤 늦은 시각에 A 씨가 받은 문자 내용은 “같이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빨리 답장을 달라” “시험공부 하느라 고생 많으시죠? 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바보. 답 안 주면 나 정말 삐진다” 등 이었다. 다음날 새벽시간에도 해당 교장은 “간밤에 화 많이 났죠? 마음 상하게 했으면 죄송해요, 너그럽게 용서하실 거죠?” 등의 문자를 연달아 보냈다.

인권위는 A 씨가 직업훈련을 받는 훈련생 상태에서 해당 학교장으로부터 이 같은 문자를 받은 것에 대해 ‘업무 연관성’이 있는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문자 내용만으로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간접적인 언행도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다. B 씨는 2010년 공기업에 입사한 후 ‘신입직원 기본역량 외부위탁 합숙교육’중 ‘신입직원의 올바른 자세’라는 강의를 들었다. 이 수업을 담당한 강사는 특정 직원을 지목하며 “못 생긴 여자는 설거지나 하고 밥이랑 빨래만 하면 되니까 문제가 없고, 예쁜 여자는 룸살롱(술집)에서라도 잘 나가니까 성격이 안 좋아도 문제가 없는데, 어정쩡하게 생긴 여자가 문제다”는 등의 발언을 반복했다. 강사는 ‘룸살롱에서 잘나간다’는 내용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며 성(性)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특정 교육생을 지목하면서 강의 중에 반복적으로 성적 언동을 해 교육생들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줄 만한 행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성희롱은 대부분 남녀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나 성적 편견과 차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해당 강사의 언행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5호가 규정하고 있는 성희롱으로 간주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 5조 등에 따르면 성희롱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성희롱 행위자가 스스로 성희롱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받아들인다면 ‘성희롱’이 성립될 수 있다. 또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피해자들은 성희롱에 대해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희롱 당시, 피해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확실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성희롱이 적용될 수 있다.

인권위 측은 “성희롱에 대한 거부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에는 성희롱 당시의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인 내용, 목격자나 증인, 성적인 언어나 행동에 대한 느낌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성희롱 사건의 직접 목격자가 아닌, 내용을 전해 들은 제3자의 진술도 증거로써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 주변 친구 등에게 성희롱 발생 후 빠른 시간 내에 그 사실을 알리는 것도 성희롱 대처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황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