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순 KBS 신임 부사장
“여성 대통령이 유리천장을 시원하게 뚫어준 시대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요.”
공영방송 KBS에 ‘여성 부사장’ 시대가 열렸다. 창사 40년 만의 일이다. 최근 KBS 사옥에서 만난 류현순(57·사진) 부사장은 “나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시대의 변화가 나를 그 자리에 앉혔다”고 말한다.
30여년 기자생활을 해온 보도국 출신이지만 경계를 허물며 여러 직책(과학부장, 제주방송총국장, 정책기획본부장)을 거친 신임 부사장의 인사에 사내를 포함한 언론계의 기대가 크다.
“여러 이념에 치우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끈 문화’에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확실하게 자기를 보호해주는 틀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저는 힘이 없다 보니 발령받은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계보, 계파, 사조직에 관련이 될 수도 없었고, 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익히 들어온 평가에 ‘당시의 보스에 충실한 삶’이 ‘최초의 타이틀’을 맡게 된 것 아니겠냐는 류 부사장의 조심스러운 해석이다.
이제 류 부사장은 ‘첫 여성 부사장’ 시대를 열었다는 언론계의 관심과 더불어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여성 부사장이 아닌, KBS의 방송 부문 부사장으로서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장년의 나이, 어느새 40년을 맞은 공영방송 KBS 앞엔 수많은 과제가 산재해 있다. 류 부사장은 가장 시급한 1순위로 ‘수신료 현실화’를 꼽는다. 방송산업은 ‘재원의 싸움’이 관건인 시대에 돌입했고, 재원확보를 토대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30년간 KBS의 수신료는 요지부동이었다. 류 부사장은 이를 지적하며 “그동안 KBS는 수신료와 광고가 역행해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재원 부족’”이라며 “수신료 한계에 부딪혀 인력이 줄었고 제작현장은 한계에 다다랐다. 제작비가 작품을 좌우하는 때가 됐는데, 그것이 부족하다 보니 저작권 확보도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열악한 제작환경을 개선하고 참신한 콘텐츠를 개발할 인재 양성을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류 부사장은 이를 토대로 창의력 있는 인재들이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소통의 리더’가 될 것을 약속한다.
“방송은 창의력에 의존하는 협업체입니다. 콘텐츠건 뉴스건 충분한 인력을 토대로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한데, 제가 바이스 역할을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정리해주는 ‘소통의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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