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ㆍ이정아 기자] 생활고를 겪으며 아내와 단둘이 살던 70대 노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50년 부부금슬’을 이어가다 남편의 잘못된 선택으로 홀로 남겨진 아내는 정신을 추스르기도 전에 장례식 비용이 걱정이라며 울먹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8시께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주택 지하방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A(79) 씨가 밧줄로 목을 매 숨졌다. 아내 B(76·여) 씨가 시장에 다녀온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것은 생활고 때문. A 씨는 전세 1000만원짜리 지하 단칸방에서 B 씨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었다. 자식은 부모를 외면한 채 연을 끊고 산지 오래였다.
부부는 3년 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6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마땅한 일이 없이 이 돈만으로 생활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지하방에는 비가 샜고 요금을 내지 못해 가스도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 씨는 폐질환으로 병원 신세까지 졌다. 지난달 인근 병원에 입원해 20여일간 치료를 받다 지난 3일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이었다. A 씨는 병원에 있을 때도 돈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B 씨에게 “나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으며 병실에서 휴대폰 충전기 줄로 자신의 목을 조르다 B 씨가 발견해 가까스로 막은 적도 있다.
외로움도 A 씨를 괴롭히는 부분이었다. A 씨는 병원에서 다른 환자들을 만나는 것이 반가울 정도로 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퇴원 후에도 노인 부부들이 사는 센터 같은 곳에서 살고 싶어했지만 돈이 없어서 포기했다.
A 씨는 입원하면서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퇴원 후에는 물도 마시지 않고 지냈다.
남겨진 자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26세에 A 씨와 결혼해 50년을 함께 산 B 씨는 “혼자서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B 씨는 “아침에 남편이 ‘내 그릇들은 쓰지 말고 그냥 버리라”는 말을 했는데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며 “남편이 퇴원하면서 ‘꽃놀이 가자’는 말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B 씨는 A 씨가 입원했던 병원에 빈소를 차렸지만 장례 비용도 걱정이다. 장례식장 비용이 하루에 72만원이라 3일장을 하면 200만원이 넘는데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장례 비용은 75만원 뿐이다.
B 씨는 “어버이날에도 자식에게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면서 “빈소를 차려놔도 누구 올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B 씨가 A 씨를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며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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