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최근 서울 강서경찰서는 일선서 처음으로 미국 국토안보부(DHS) 한국지부와 핫라인을 개설, 아동음란물, 온라인 도박, 스미싱 등 사이버 범죄 소탕에 나섰다. 이번 일선서와 DHS의 공조수사는 30년전 8비트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꿈을 키워온 이춘성 경위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 경위는 DHS와 공조수사가 가능하게 된 배경부터 말했다. “사이버 범죄를 수사하며 항상 한계를 느껴왔어요. 아동포르노를 내려받는 사람은 검거할 수 있어도 아동포르노를 유포하는 사람은 수사 단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서버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일선서에서 수사를 맡게 되면서 뿌리를 한번 뽑아보자며 DHS 수사팀에 제안을 했습니다. 다행히 그쪽에서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가 됐습니다.”

사실 이 경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이버 전문가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 센터 창설멤버이기도 한 그는 강서서로 오기전 11년 동안 경찰청 사이버 테러대응센터에서 일했다. 수차례에 걸쳐 인터폴(국제형사협조기구) 행사에 사이버보안 분야 국내 대표로 참석했으며, 보안관련 강연도 많이 다녔다.

1991년 군산경찰서에서 처음 경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소년시절부터 ITㆍ통신ㆍ보안 쪽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방에서 찾은 전축을 분해, 마이크 앰프 기능이 되는 전축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8비트 컴퓨터를 중학교 때 처음 접하고 나서는 한 달 동안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추어 무선통신을 취미로 시작해 1급 무선 통신사(HAM)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실험노트를 초ㆍ종ㆍ고교 내내 들고 다녔어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만들고 제안하는데 흥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 눈에 컴퓨터, 라디오 등 모든 기기들이 신기하게 보였어요. 분해하고 새로 만들기를 수차례 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는 안경알 성에 제거기, 모판 제거기 등을 발명해 한국발명특허협회 표창장을 받기도 했어요. 발명왕이 꿈이었던 적이 있었지요.”

이 경위는 경찰이 되어서도 무엇인가를 만들고 제안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사실 공무원이 되고자 했던 것도 정부에서 일하며 무엇인가를 제안하면 그 실현 가능성이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나의 제안으로 사회와 국가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1994년 군산경찰서에 근무할 때는 유무선사무자동화시스템을 경찰청에 제안하기도 했다. 시대를 너무 앞선 까닭에 이 경위의 제안은 당시에는 반려됐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10여년이 지난 뒤 온나라 시스템(정부가 수행하는 모든 업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전산 시스템)으로 구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