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분야에서 세계 5대 금융기관에 오른 한국거래소, 명품 금융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지키려면 공공기관 지정 해제와 더불어 규제 일변도인 정부 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에도 금융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는 기업이 있다. 주식과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한국거래소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 거래량에서 미국의 시카고상품거래소, 독일의 유렉스 등에 이어 세계 5위에 자리매김했다.

과거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옵션 상품에 힘입어 세계 1위를 한 적도 있었다. 당시는 한 가지 상품에 집중돼 개인의 과도한 투기적 거래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의 거의 모든 상품군에 있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글로벌 명품을 내놓고 있다.

파생상품군은 크게 주식 관련, 채권 등 금리 관련, 외환 등 통화 관련, 그리고 농산물·에너지·금속 등의 일반상품 관련으로 나뉜다. 이 네 가지 상품군 가운데 우리나라는 일반상품을 제외한 세 가지 상품군에서 세계 10대 상품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주식 분야에서 코스피200옵션이 세계 1위, 코스피200선물은 8위, 개별 주식선물은 6위를 기록했다. 금리상품 분야에서는 3년국채선물이 세계 10위에 올랐으며, 통화상품 분야의 원/달러선물은 세계 6위를 차지했다.

한국거래소가 명품금융기관으로 도약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첫째, 파생상품은 아이디어와 IT 기술력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금융 분야와 같이 자본력의 싸움이었다면 우리는 벌써 외국의 대형 금융기관에 밀렸을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IT 기술경쟁에 대한 투자와 인재양성을 꾸준히 해왔다.

둘째, 개방된 시장 덕분이다. 한국거래소가 좁은 국내시장에서만 경쟁했다면 지역 기업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외국인의 참여가 자유로운 국제화된 시장이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 외에 많은 외국인 고객을 모을 수 있었다.

셋째, 파생상품은 고객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와 신뢰 속에 태어난다. 한국거래소는 고객 수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전산장애가 가장 적었던 시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비록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명품거래소 반열에 들었다 해도, 거래소 간 치열한 경쟁으로 강한 위기감에 싸여있다. 아시아권만 봐도 경쟁은 매우 위협적이다. 규모에서 세계 3대 거래소의 하나인 도쿄거래소는 올해부터 오사카거래소와 합병해 몸집을 더욱 불렸고,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세계 최대의 금속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를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싱가포르거래소 역시 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인도거래소도 주가지수옵션이 우리의 간판상품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중국의 약진도 무섭다. 이미 농수산과 금속선물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한 중국 거래소들은 주가지수상품마저 파죽지세로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에 많은 제약이 있다. 파생상품 분야에서 세계 5대 금융기관에 오른 한국거래소, 명품 금융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지키려면 공공기관 지정 해제와 더불어 규제 일변도인 정부 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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