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ㆍ박수진 기자]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발바닥에 땀이 난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건강한 분주함’이겠지만, 연로한 ‘회장님’쯤 되면 조금은 안스러운 생각도 든다. 경제5단체 회장들 얘기다.
경제5단체장이 유난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이희범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 경제5단체장은 2일 서울 강남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선 엔저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공유와 기업생산성 혁신 운동에 대해 논의했다. ▶관련기사 ○면
경제5단체장들의 모습은 차분했지만 다소 숙연했다. 전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한 다음날의 행보라는 측면에서 행간은 묘해 보였다. 일부 단체장은 약간 피곤해보였다. 경제단체장은 지난달 16일 현오석 부총리 주재의 합동간담회 이후 새정부와의 접점을 모색키 위한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회장단회의를 갖고 정홍원 국무총리를 초청, 비공개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재계단체들도 저마다 촘촘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경제단체장의 분주한 스케줄은 새정부가 투자와 일자리창출을 주문하면서도 경제민주화의 거센 압박을 펼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바쁘기 마련이지만, 경제단체장들은 정부코드에 발맞추는 동시에 국회 입법에 대응하고, 기업(회원사) 입장을 대변하는 등 1인3역, 나아가 1인5역을 하느라 유독 힘든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펼쳐지는 신경전도 경제단체장들에겐 은근히 부담으로 떨어진다. 이날 산업부와의 간담회에서 윤 장관은 “경제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했다. 손경식 상의 회장은 “최근 엔저, 노사-환경 등 사회 전반에 위기의식이 없어 우려가 되며, 지금은 허리끈을 조여 매고 함께 뛰어야 할 시점”이라고 화답했다.
윤 장관이 경제민주화 관련 발언을 할때 일부 단체장은 헛기침을 몇번했다. 이에 30대그룹 사장단 간담회때보다 더 분위기가 무거워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장들이 폼을 잡고 권위만 내세우는 시대는 물론 지났다고 하지만, 요즘 업계에선 여기 저기 불려다니면서 회원사 입장을 대변하려 애쓰는 단체장을 보면서 ‘회장하기 참 힘들어보인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자주 나온다”고 했다.
덩달아 경제5단체도 바빠졌다. 기업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물론 유해화학물질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체휴일제 등 기업에 영향을 주는 큰 법안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해 있는 상황과 관련이 크다.
이에 경제5단체는 지난달 26일 긴급회동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고, 29일에는 부회장단이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긴급 면담을 갖는 등 긴박한 행보를 펼쳤다.
10대그룹 임원은 “이명박정부때는 비즈니스프랜들리를 표방하면서 단체장들이 ‘뒷받침’에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선(先) 방어와 대응, 후(後) 뒷받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체장들의 고민이 큰 것”이라며 “수난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했다.
5월에도 국회와 정부의 경제민주화 법안과 강행이라는 파상공세는 진행된다. 재계단체장들은 당분간 더욱 험난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것 같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