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평균 연령 76세, ‘꽃할배’들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야동순재’ ‘니들이 게맛을 알아?’로 독특한 예능 캐릭터를 구축했던 이순재와 신구, 서른을 넘긴 세대부터 기억할 법한 ‘홍도야, 울지마라~아! 글씨(’아들과 딸‘)’를 부르던 아버지 백일섭도 합류했다. 근엄한 회장님 박근형과 함께다. 대한민국 자연을 제7의 멤버 삼아 여섯 남자를 조련했던 ‘1박2일’의 나영석 PD의 CJ E&M 이적 첫 예능이다. 이름난 PD와 노년의 대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 사전인지도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세다.

▶ 배낭여행? 청춘에겐 낭만, 황혼엔 모험=나영석 PD의 여행예능은 이제 세계로 확장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던 ‘1박2일’을 거치니 ‘유럽 배낭여행’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대상은 예능인이 아니다. 브라운관 안에서 전국민을 울리고 웃겼던, 베테랑 중견배우들이다. 이름만으로도 화려하다. 이순재(80), 신구(78), 박근형(74), 백일섭(70). 나이순다. 만69세 백일섭이 막내다. 이른바 H(할배)4로 태어난 이들이 배낭 하나 덜렁 메고 프랑스를 시작해 스위스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나영석 PD는 28일 진행된 tvN의 새 예능 ‘꽃보다 할배’ 제작발표회에서 “배낭여행은 젊은이들에겐 낭만이지만, 이분들껜 일생일대의 모험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청춘들의 전유물’인 것 같은 여행”을 “인생의 경험을 쌓아온 분들이 도전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의 단초가 ‘꽃보다 할배’가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고민이 많았다.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서였다. 연출자의 입장에선 업계의 대가인 대배우들을 섭외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특히 나 PD는 “네 분 모두 드라마와 영화에서 대가가 되신 분들인데, 예능 프로그램으로 섭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송구했다”며 “리얼 버라이어티로 들어와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면 나중에 연기에 지장이 있으신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나 PD는 “대배우들을 상대로 ‘배낭여행’이라는 상황을 던져놓은 뒤 이들의 모험을 카메라 안에 담아냈다”며 “1회분의 편집이 끝났는데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잘 만들어서 어떤 걱정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의 여행은 젊은이들의 여행과는 다르다”며 “50년 이상 함께 한 동료이고, 친구다. 여행과정엔 짠한 감동도 많이 나왔다. 오랜 친구들의 여행이라는 부분에서 봐주셔도 재밌을 것 같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 야동순재, 게맛은 잊어라=과거의 캐릭터는 이제 없다. 리얼 버라이어티 안으로 들어온 4명의 노배우는 이제 새로운 캐릭터를 선물받았다. ‘직진순재’ ‘시크신구’ ‘로맨틱가이 박근형’, ‘문제아 백일섭’이다. 나영석 PD는 함께 여행을 다녀온 네 배우의 예능 속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나 PD는 “이순재 선생님은 늘 앞만 보고 달려가신다. 어디를 가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직진순재’라고 불렀다. 그런가하면 ‘니들이 게맛을 아냐?’는 불멸의 유행어를 남긴 신구는 ‘시크한 남자’였다. “말수는 적지만 의미있는 상황을 많이 만든다”는 설명이다.

근엄한 회장님 박근형은 알고보니 ‘로맨티스트’였다. 배낭여행 기간 중 늘 아내와 통화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는 것이다. 문자메시지도 수시로 주고받았다. ‘사랑해’는 물론 하트 이모티콘까지 담긴 “드라마 속 이미지로는 상상이 안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거기에 나이상 셋째인 그는 “막내와 형들 사이에서 조율자의 역할까지 했다”고 나PD는 전했다.

백일섭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나PD는 ‘문제적 인물’이라는 표현을 썼다. “유쾌하고 투정도 많이 부리고, 사건도 많이 만든다“며 ”여행에서 재미의 중심을 담당했다. 더 많은 이야기는 방송으로 봐달라”고 전했다.

▶ 걸그룹으로 낚인 이서진=네 명의 대선배의 곁에는 불혹을 넘긴 이서진(43)이 있었다. ‘엘리트 허당’으로 예능캐릭터를 구축했던 이서진의 합류는 일종의 몰카로 시작됐다. 이서진은 사실 이 여행이 걸그룹 소녀시대의 써니와 포미닛의 현아와 함께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영석 PD의 사소한 장난이었다. 심지어 이서진은 걸그룹 멤버 가운데 써니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행 출발 당일 공항에 도착하니, 대선배들이 등을 톡톡 쳤다. 그때부터 소위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들어간 이서진은 마음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짐꾼이자 통역사였고, 네비게이터이자 심부름꾼이 됐다.

이서진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상상도 못했던 일이 공항에서 벌어져 당황했다. 실감도 못했다”며 “선생님들을 모셔야 한다는 긴장감에 유럽여행에서의 기억도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도착한 뒤 5일 정도는 국경을 넘어 도망갈까 생각도 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이서진은 H4와의 여행에 대해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절대 느껴볼 수 없는 시간”이라고 추억했다. “어릴 때 할아버지, 아버지와 여행하던 기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두 분 다 안 계시지만, 네 분과 다녀온 여행이 그런 여행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꽃보다 아름다운 4명의 할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젊은 짐꾼 이서진이 동행한 ‘꽃보다 할배’는 다음달 5일 첫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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