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와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돈이 묶여 있어 재테크를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돈이 묶여 있다’는 표현은 중도 해지가 쉽지 않은 상품에 장기간 가입해 시장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를 완곡히 표현한 것이다. 즉 투자 포트폴리오에 유동성이 부족한 것이다. 고액 자산가들 중 일부는 현금 보유 비중을 10% 안팎으로 유지하고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지만 대다수의 자산가 역시 유동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보험상품에 가입한 고객을 살펴보면 대부분 위험회피, 비과세, 안정적인 연금생활 등을 이유로 가입하는데, 초기 가입 목적이 유효하다면 이를 중간에 해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금이 묶여 있다’는 것은 실제 보험 목적보다 과도한 금액을 가입하거나, 필요 이상의 장기계약, 목적에 맞지 않은 상품을 가입한 경우이다. 파생상품의 경우도 최종 만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야 하나, 조기상환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보고 가입한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5분 후의 시장 상황을 알 수 없는 것이며, 당연히 자신과 가정의 내일을 알 수 없는 것이다. 투자환경이란 언제든 예상과 달리 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목적과 투자성향 또한 달라질 수 있는 변수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투자 중인 자산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은 물론 상담을 통한 자산재배분과 일정 부분의 유동성 확보 등 전략적인 자산관리전략이 필요하다.

‘돈이 묶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돈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다. 여기서 ‘이름표’란 노후자금, 자녀결혼자금, 전세자금, 소득공제 등 투자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자금 사용 시기와 기대 수익률 등을 명기하는 것이다. 더불어 변화하는 투자환경이 투자결정 당시의 예상과 틀린 경우의 대안을 기록해 두고, 정기적인 투자 자산 점검 시 현재 상황이 이 이름표의 내용과 부합하는지를 검토해야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수립된 이름표를 붙이고 투자상품을 선택한다면 투자 초기의 무리한 투자를 줄일 수 있으며, 투자 기간 중의 점검이나 투자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 때에도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20년 만기 보험을 가입하거나, 30년 만기 채권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돈이 묶여 있다는 느낌보다는 계획대로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표를 잘 만든 이유다.

이름표란 꼭 처음에 달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펼쳐놓고 이름표를 하나씩 달아보자. 지갑 속 다양한 카드와 통장 숫자 이상으로 그 목적과 내용도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통장 중에서 그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통장은 새롭게 목적을 찾아 기입해본다. 도무지 목적을 쓸 수 없는 통장은 해지하고 목적이 뚜렷한 통장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투자 자금마다 이름표를 붙이기 위해서는 이름표를 작성하기 전 전문가와 함께 라이프 사이클(생애 주기)에 맞는 자금 계획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라이프사이클에 기반한 장기적인 자금 계획은 건물의 설계도와 같아서, 투자자가 편히 거주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라는 건물을 만드는 기초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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