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여명과 장만옥 주연의 1997년 홍콩 영화 ‘첨밀밀’을 연상케 하는 중국 부부들이 늘고 있다.‘2013년판 첨밀밀 부부’는 바로 농민공(농민 출신 도시 노동자)이 주인공이다.
영화 첨밀밀에서 소군(여명)과 이교(장만옥)는 돈벌이와 꿈을 좇아 상하이를 떠나 홍콩행 열차를 탄다. 소군은 고향에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있지만 낯선 홍콩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던 이교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과 이별이 반복되며 펼쳐지는 두 젊은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2013년판 첨밀밀 부부’는 영화 같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돈 때문에, 외로움 때문에 낯선 도시에서 불륜에 빠지는 농민공들의 애석한 현실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 같은 임시 부부, 즉 첨밀밀 부부가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농촌의 가정이 붕괴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이주한 중국의 농민공은 지난해 말 기준 2억6000만명가량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호적지를 바꾸기 힘든 현행 호적제도와 비싼 집세 때문에 이산가족으로 사는 이들이 상당수다. 춘제(春節) 같은 명절 외에는 1년 내내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장웨이(30) 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1주일에 한 번 고향 안후이(安徽)성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지만,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보다 언제 돈을 보내냐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외로움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그는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천리(28)를 알게 됐다. 천리는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남편 대신 도시로 나와 공장에 취직했다. 그녀는 장웨이의 동거 제안에 처음엔 갈등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임시 부부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이내 사라졌다.
이 같은 임시 부부가 몇 쌍이나 되는지 통계로 잡을 수 없지만, 농민공이 밀집한 저장성, 상하이 등지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점점 더 개방돼가는 사회 환경에다, 심리적ㆍ생리적 필요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아는 사람이 없는 타지 생활이 도덕적 무장을 전면 해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ㆍ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농민공 가정의 붕괴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인 류리는 “농민공이 늘면서 농촌의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농촌사회 안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화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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