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민 듯 안 꾸민 듯 청순한 얼굴에 연기력까지 겸비한 중화권 배우 바이바이허. 최근에는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으로 배우로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티 없이 밝아 보이지만, 사실은 깊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차오차오 역을 맡았다.
사랑하는 이에게 치부를 드러내지 못하는, 알고 보면 한 없이 여린 비련의 여주인공 캐릭터를 녹록치 않은 연기력으로 해냈다.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눈물 쏙 빼도록 슬픈 열연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6월 20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바이바이 허를 만났다. 그는 “내한 행사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전혀 돌아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남편이 꼭 한 번 양푼 비빔밥을 먹어보라고 했다. 한국의 드라마들을 보면 주인공들이 곡 화가 날 때 양푼비빔밥을 먹더라. 또 남편이 오리지날 된장국도 강력 추천했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바이바이허는 이번 영화를 통해 ‘국민 첫사랑’ 수지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바이바이 허는 “하도 수지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그녀가 내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됐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바이바이허는 첫사랑의 의미를 사랑의 달콤함이 아닌 쓴맛에 비유했다.
“첫사랑이라는 건 대부분 달콤함이나 행복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차오차오가 아픔을 표현하는 캐릭터인만큼 체중에도 신경 써야 했다. 실제로 극 초반 바이바이허의 모습과 후반부는 확실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분장하는 선생님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그런데 감독님이 제게 슬쩍 찾아와서 가능하면 다이어트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얼굴이 좀 통통한 편이어서 그 볼살을 빼는 데 적지 않게 힘들었다. 직접 몸무게를 재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꽤 뺐던 것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음식을 조절하고 체중도 조심했다.”
그에게 ‘이별계약’은 첫 한중 합작영화다. 현지와 국내 스태프들의 차이점으로 “빠름”을 꼽았다.
“한국 스태프는 매우 빠르다. 한 마디로 효율성이 높다. 다음 장면을 촬영하는 데 있어 15~20분 이상 기다린 적이 없다. 항상 준비를 잘 해줬고, 조명도 중국과는 달랐다.”
만약 바이바이허가 실제로 차오차오와 같은 상황에 떠났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는 그런 상황에 처하더라도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떠나고 홀로 아픔을 이겨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영화 개봉 전에 이 같은 주제로 찬반 토론을 펼쳤다. 나라도 실제 주인공처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름답지 못하고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라도 떠날 것 같다.”
극 초반에는 웃음 코드가 가득한 영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샘을 자극하는 전개가 펼쳐진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을까.
“나는 전문 연기자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내가 좋아하는 시나리오를 고른다.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바로 배우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이별계약’은 중국에서 그야말로 대박 난 작품이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4일 만에 7066만 위안(한화 약 128억)을 벌어 들었다.
“’이별계약’은 관객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정서를 자극한다. 촬영 때 저를 포함해 모두 최선을 다했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적절할 때 울고 싶은 경우가 있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고, 힐링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것들이 조화를 이뤄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그에게 사랑은 늘 좋은 기억이다. 울고, 웃고 여러 가지 감정을 겪었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이었단다.
“첫사랑이라는 건 모두에게 있을 법한 기억이다. ‘좋다, 나쁘다’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 같다. 우리 인생에 사랑은 꼭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 지난 날을 돌아봤을 때 모든 추억은 좋게 기억되는 것 같다.”
최근 왕가위 감독은 중국 영화의 현실에 대해 기회와 변화를 언급했다. 왕가위 감독의 이 같은 직언을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철저히 배우의 입장이다. 영화인으로서 영화계의 구성원일 뿐이다. 왕가위 감독님처럼 리더의 입장에 계신 분들은 중국 영화의 현실에 대해 말할 권리가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중국영화 시장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잇는 추세다. 운 좋게 이런 시대에 일하게 됐다.(웃음) 중국 관객들과 영화를 더 많이 보려고 한다. 시장을 보호하려는 의식이 생긴 것 같다.”
한중 합작 작품들은 더 많이 제작될 예정이다. 걱정보다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
“일단은 우리 영화가 중국에서도 흥행이 됐기 때문에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중 합작 영화가 생길 것 같고, 단점을 보완할 만한 이상적인 방법들이 제시될 것 같다. 배우로서 기분이 좋다.”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