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본 명예훼손죄 성립 4단계
명예훼손과 관련된 판례를 살펴보면 ▷일관되게 대상이 명백하고 그 대상에 대한 가치가 저하됐는지 여부(가치 저하의 여부) ▷객관적인 사실을 얘기한 건지 단순한 주장인지(사실적시 여부) ▷다른 사람에게 전파 가능성이 있는지(공연성)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는지(조각사유) 등을 살피고 있다.
지난 1월 대법원 3부(주심 김신)는 5ㆍ18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을 주장한 보수논객 지만원(72)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5ㆍ18 북한군 개입설’은 허위”라면서도 “5ㆍ18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ㆍ학술적ㆍ법률적 평가가 내려졌다. 지 씨의 주장만으로 5ㆍ18에 대한 확고한 평가가 바뀌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한 개인의 주장인지, 아니면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표명인지도 중요하다. 지난 2월 의정부지법 형사7단독(판사 정지영)은 인터넷 카페에 다른 사람에 대해 ‘사기꾼 관상’이라는 등의 관상학적 의견을 올린 수의사 A(36)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글은 특정인의 얼굴에 관한 관상학적 의견이므로 읽는 이들도 사실이 아닌 의견 표현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전파 가능성(공연성)도 중요한 사유 중 하나다. 인천지법 형사3부(부장 장성욱)는 2009년 자신의 부동산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에게 타인의 불륜관계를 얘기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 ‘공연성이 없는 개인적인 말’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기관 및 정책을 비판하는 등 해당 내용이 공익에 부합할 경우에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돼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는 “국가정보원이 민간사찰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국정원이 박원순 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