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돈과 사람, 제도다. 바꿔 말하면 예산권과 인사권, 제도(법령) 제ㆍ개정권을 가진 쪽이 막강 파워를 행사하는 구조다.
정부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부처가 법령 제ㆍ개정권이 있다 하더라도,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정부조직과 인사권을 보유한 안전행정부의 위상은 정부 내 다른 부처보다 높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이는 공무원들의 반응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기재부를 ‘공무원의 접대를 받는 유일한 공무원’이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산은 정부조직을 움직이는 핵심이다.
더욱이 박근혜정부 들어 기재부 수장은 부총리로 격상됐다. 이명박정부는 경제부총리를 없애면서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콘트롤타워 부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부활을 약속한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6월은 각 부처가 내년 예산안을 들고 기재부의 도장을 받으러 가는 시점. 기재부는 정부세종청사 예산관련 부서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면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안행부의 전신인 행정안전부는 이명박정부 때 비대해졌다. 노무현정부의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 비상기획위원회, 정보통신부 일부 업무가 통합돼 정부조직과 공무원 인사, 지방행정, 국민안전, 국가정보화 등을 총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중 정부조직과 공무원 인사 권한은 정부부처 내 갑(甲)인 기재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세종청사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종청사에 근무 중인 한 공무원은 “정부부처가 세종시에 둥지를 트는 마당에 이를 책임지는 안행부가 왜 서울에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안행부의 파워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외교안보라인을 구축하면서 재정ㆍ입법ㆍ인사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은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는 갑은 아니더라도 최소 을(乙)은 아닌 부처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수사권ㆍ기소권ㆍ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무소불위 권력의 검찰은 영원한 갑이다.
그런가 하면 MB정부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박근혜정부 들어 세출구조조정의 핵심 타깃 부처가 되면서 갑의 위치를 잃어가고 있다.
정부의 갑은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이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국장급 정부 관계자는 “상전 모시느라 힘들다”고 했다. 서울에서 호출하면 하루를 다 소진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청와대 국회, 정부 3대 권력의 무게중심은 정권 초와 말, 극명하게 엇갈린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에선 더욱 그렇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기가 다 돼가면 정치인들은 다른 권력자를 찾아 나선다. 때문에 최고 권력자는 공무원 조직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권 말이 되면 정치인의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정부의 권력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사실 모든 정책은 관료가 결정한다. ‘관료제 권력’이란 말도 이 때문에 생겨났다. 부처마다 차이는 있더라도, 정부는 결국 영원한 갑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