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귀에 경읽기?’
영화계의 계속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박선이, 이하 영등위)가 잇따라 보수적인 기준으로 영화 관람 연령 등급 판정을 이어가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가 사실상 ‘영화상영금지’에 해당하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고, 청소년 교육 문제를 소재로 한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은 정작 청소년관람불가로 분류돼 영등위가 표현과 관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영등위는 ‘뫼비우스’에 대해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표현”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지난 5일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보면 엄마와 아들의 성관계가 아니라 결국 엄마와 아버지의 성관계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연출을 했다”며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들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고 수입 상영하려는 여러 유럽 선진국의 성인들보다 대한민국 성인들이 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배급과 개봉 일정상 재분류 신청을 포기하고 ”국내 개봉판은 영등위의 지적을 받은 장면을 삭제한 후 재심의를 넣기로 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에 앞서 17일 한국영화감독조합(대표 이준익)은 영등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 철회 및 영등위원장 퇴진, 영등위 민간 자율화 논의 기구 마련 등을 요구했다.
명문고에서 배경으로 입시지옥과 무한경쟁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명왕성’에 대한 등급판정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영등위는 “일부 폭력적인 장면”과 “모방위험의 우려가 있는 장면 묘사”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이유로 삼았다. 그러나 전직 교사 출신인 신수원 감독은 “‘명왕성’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제너레이션 14플러스(14세 이상 관람가) 부문에 초청돼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며 “독일이나 여타 다른 유럽국가의 청소년들보다 한국 십대들의 사고능력이나 수준이 더 낮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등위가 자체 집계한 영화 연령별 등급 판정 통계를 보면 최근 1년간(2012년 6월 1일~2013년 5월 31일) 등급 분류를 받은 1123편의 영화 중 청소년관람불가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 건수는 526건으로 전체의 46.83편에 이르렀으며, 최근 4년 동기간 같은 등급 건수를 보면 29.2%(2009~2010년)→31.6%(2010~2011년)→42.5%(2011~2012년)로 해마다 늘고 있어 영등위의 잣대가 시대를 거꾸로 거스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