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예능이 대세였다. 아빠, 아이들, 군인이 장악한 2013 예능계에선 ‘허술한 남자’들이 인기였다. ‘평균 이하’의 일곱 남자로 촉발된 헐렁한 매력발산의 연장이었다. 난생 처음 겪는 외국인(샘 해밍턴)의 군생활은 ‘구멍병사(MBC ’진짜 사나이‘)’로 각광받았고, 아빠와 떠난 여행에서 아이들(MBC ‘아빠! 어디가’)의 순수함은 온ㆍ오프라인을 들썩였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욕쟁이 김슬기(tvN ‘SNL코리아’)는 케이블TV가 만든 최대 히트 아이콘이 됐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복수와 치정에 지친 드라마 안에서는 계약직 ‘미스김(KBS2 ’직장의 신‘)’이 활약했고, 이승기의 ‘반인반수(MBC ’구가의 서‘)’는 장르를 초월한 인기 캐릭터의 산증인이 됐다.
2013년 상반기에도 브라운관에는 새로운 스타들이 넘쳐났다. 숱한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예능 안에서 유난히 각광받았던 캐릭터는 ‘구멍병사’ ‘아이들’ ‘욕쟁이’였다. 한 사람을 더하자면 ‘6주 연속’ 검색어 1위에 빛나는 탁신(탁구의 신) 조달환(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 있다.
평범한 삶이 예능 안으로 들어왔을 때 시너지가 컸다. 브라운관의 인기스타였던 아빠들은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자상하고 따뜻한’ 부성애를 보여줬다. 강한 줄로만 알았던 남자스타들은 청춘의 한 시기를 보내야하는 군대를 다시 찾아 우왕좌왕이다. 이른바 ‘남자 관찰예능’ 안에서 보여진 모습이다.
MBC의 예능국 관계자는 “남자들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로 떠오르며 인기 캐릭터를 양산했다”며 “한국 남자들은 가부장제의 억압 속에서 과묵하고 강한 역할론을 부여받았다. 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 허술하고 엉뚱하고 웃긴 모습이 비쳐져 인기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반전매력’이었다는 것이다.
“선한 캐릭터(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대중의 마음이 한 표를 던진 인기인들이었다.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아빠, 어디가!’가 만든 일등캐릭터다. ‘후르륵 찹찹찹찹’을 달고 다니는 먹방신동의 순수하고 선한 동심엔 남녀노소가 반해버렸다. 최대 히트작은 영화 ‘색즉시공’에 불과했던 조달환은 오로지 ‘탁구’ 하나만으로 인기캐릭터가 됐다. 순수하고 솔직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같은 캐릭터가 예능의 경계를 허물자 공감을 얻게된 것이다.
불공정과 불평등이 판을 치고, 노력없이 가져가는 대가가 난무하는 지독한 현실에서 이들 ‘착한 캐릭터’는 판타지처럼 구축된 캐릭터였다.
반면 쓰린 현실을 향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린 캐릭터도 당연히 인기였다. “공감과 대리만족(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을 불러온 미스김(김혜수)이 그랬고, 답답한 현실을 시원하게 욕해준 욕쟁이 김슬기가 그랬다.
대중의 정서에 따라 그려지는 2013 상반기 대중문화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서민을 타깃으로 해 나보다 부족한 사람들에게 연민과 관심을 가지게 했고, 현실에 반하는 캐릭터를 그려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다시 발 디딘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 인간이 되고싶어하는 반인반수(‘구가의서’)는 초인적인 존재였다. 무력한 현실에 맞서지만, 그 안엔 비애가 담겨있다. 심지어 꽃미남이다. ‘백마 탄 왕자’는 가고 없는 시대에 도래한 “꽃미남 반인반수는 여자들의 로망”이 됐고, “변형된 초능력을 가진 꽃소년(‘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은 이후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캐릭터다”고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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