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6년만에 재개되는 듯 했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것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담담했다”고 한다. 여기엔 남북당국회담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이 담겨 있다. 남북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결과가 보여지지 않으면 ‘안하니만 못한 회담’(?)인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애기다. 특히 “급할 것이 없다. 당분간은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기류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회담 무산과 관한 박 대통령의 심중을 묻는 질문에 “처음 (북한의 대화제의) 애기가 나왔을 때도 그렇고,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대통령의 심중을 굳이 표현하자면 ‘담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큰 실망도 큰 기대도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대통령께서는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침착하게 신중을 기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남북당국회담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심중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당국회담이 예정돼 있던 전날인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신뢰관계 구축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짤막하게 기대감을 내비쳤을 뿐,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었다.
청와대 주변에선 박 대통령의 이같은 “담담하다”는 심경을 대북대화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는 의중으로 읽고 있다. 갑작스런 북한의 대화제의에 ‘숨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회담 무산을 빌미로 어떠한 도발을 하든 개의치 않고 ‘원칙’을 밀고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는 애기다. 방망이를 길게 잡고 북한을 상대하겠다는 의사를 은연중에 내비친 셈이다.
특히 일련의 남북당국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은 얼마전 개성공단 폐쇄 당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자리에서 ”조마조마 했다“ ”아주 긴박했던 순간은 참 상상하기 싫을 정도다“며 직접적으로 심중을 말했었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내비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담담”과 “상상하기 싫을 정도”의 간극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한다.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를 글로벌 스텐더드의 원칙으로 바라봤던 것 처럼 남북간의 모든 문제도 상식의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잘못된 도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일희일비 하지 않고 세밀하고도 찬찬하게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방법론이 깔려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