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돕다가 중국 공안의 수사를 피해 우리나라로 도망친 조선족 여성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 박형남)는 리모(39ㆍ여) 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압록강변의 중국 마을에 살던 리 씨는 탈북 브로커의 부탁으로 남편과 함께 2010년부터 몇달 동안 북한 주민 20여명의 탈북을 도왔다. 몰래 압록강을 건너가 북한 주민을 데려오고, 은신처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리 씨 부부는 그 대가로 브로커에게서 삼륜 오토바이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3월 브로커가 중국 공안에 붙잡히면서 리 씨 역시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탈북을 지원하는 자를 최고 무기징역에 처한다. 별 수 없이 리 씨는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한국으로 밀항하려다 우리 해경에 적발됐고, 그 사이 남편은 공안에 체포돼 구금됐다. 외국인보호소에 머무르던 리 씨는 중국 정부에 의한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리 씨가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의 탈북자들에 대한 강제송환 정책에 저항한 사실은 없으나 탈북자 원조 행위 자체를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를 난민으로 인정했다. 리 씨가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큰 점 역시 고려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브로커로부터 대가로 받은 오토바이와, 올해 초 중국을 방문했다가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온 출입국 기록이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리 씨가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탈북 브로커를 도왔다고 보기 어렵다”며 “리 씨가 중국 법에 따라 처벌을 받더라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변호사조차 선임하지 못한 리 씨는 항소심에서 제대로 된 변론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선고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리 씨는 상고장을 내지 않아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