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과거사 사건에 대해 본인이나 유족이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고 국가기관이 직권으로 진실규명 결정한 경우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여미숙)는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피해 유족 22명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모두 25억3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유족 가운데 5명은 이 사건 조사 당시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직권조사로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국가가 이들에게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확인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면 유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사표명을 했다고 할 수 있다”며 “신청을 받았는지, 직권으로 조사를 했는지에 따라 이런 의사표명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다른 재판부는 대부분 직권조사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피해자의 유족들이 제기한 배상청구를 대법원 판례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 지상목)는 지난달 30일 직권조사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서산ㆍ태안 부역혐의 희생사건’ 피해 유족들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32부(부장 이인규)도 지난달 24일 ‘김포 부역혐의 희생사건’ 피해 유족들 가운데 진실규명을 신청해 결정을 받은 경우에만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판단은 지난달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대상인데도 진실규명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더라도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와 맥락을 같이 한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직권조사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경우 소멸시효를 어떻게 볼 것인지 명시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며 ”이번 아산 사건 판결도 대법원 판례와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어서 상급심에서 최종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