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일본에서 방영된 한국드라마 한 편은 놀라운 사회현상을 불러왔다. 윤석호 사단의 ‘겨울연가(KBS2)’가 일본 위성방송인 NHK-BS2를 통해 방영되면서다. 첫 수출작은 의외의 성과를 거두고, 지상파인 NHK로 입성했다. 토요일 오후 11시대 방영된 드라마는 20%대의 기적같은 시청률을 써냈다. ‘한류(韓流)’의 시작이었다. 이듬해인 2004년, ‘겨울연가’는 일본내 히트상품 2위에 올랐다. 드라마 사상 최고액인 192만 달러에 수출된 ‘겨울연가’의 경제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한일 양국에서 무려 3조1300억원(일본제일생명경제연구소). 일본에선 5705억원의 관광수입, 1조1906억원의 생산 유발액, 5791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을 창출했다.
‘겨울연가’ 이후 10년이 지났다. 현재 일본 내 한류 현주소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박은 없지만 쪽박도 아니다”는 말로 요약된다. 수출현황만을 놓고 본다면 ‘현상유지’는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실의 권호영 박사는 “‘겨울연가’ 수출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한류는 현상유지는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급격한 증가추세는 아니지만 한류붐이 완전히 사글어든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류 1세대인 배용준 최지우 등의 활동이 뜸해지며 2010년께 ‘한류 위기론’이 대두됐다. 영토갈등과 반한감정으로 후지TV에선 한국드라마 방영을 중단, TBS에선 방송 시간대를 이동했지만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일본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은 1200여편에 달한다.
그 결과 2013년 현재 일본에서 방영 중인 한국 드라마는 도리어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 2월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한국 드라마는 총 6편이다. 2012년 9월부터 한국드라마 시간대를 신설한 NHK에서는 양국 관계 악화 이후에도 매주 일요일 한국사극과 수요일 현대극을 함께 방영하고 있다. ‘동이’와 ‘시크릿가든(2012년 4월 NHK BS 앞서 방영)’이 올 2월 방영됐고, 지난 3월 ‘마의’는 국내 방영 중 일본 방송이 이례적으로 결정됐다. TBS도 오전 10시에 ‘한류 셀렉트’라는 타이틀로, 테레비도쿄에서도 ‘한류프리미엄’ 시간대를 만들어 한국드라마를 방영 중이다. 위성채널로 가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NHK BS가 올 초 ‘해를 품은 달’을 편성한 것을 포함해 BS재팬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한국드라마는 45편(9개 채널 방영)이다. CS채널에서는 총 17개 채널에서 179개 타이틀로 편성하고 있다.
권 박사는 하지만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일본 선수출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해있다.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니 현상유지는 되고 있지만, 최근 한국드라마의 시청률은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아사히TV에서는 때문에 프로그램 편성시간대를 줄였다. 어느 정도는 불리한 여건이 된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상유지’에만 안주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11년 기준, 일본에 수출한 국내 문화콘텐츠는 12억4798만 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총 해외 수출액(약 4조6300억원)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로, 숱한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안정적인 시장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일본의 대표 콘텐츠 기관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스토리 공모를 통해 제작지원에도 나서는 등 일본 내 한류 되살리기 노력에도 한창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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