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70분’, 영화보다는 짧지만 완결한 이야기를 말하는 데에 무리가 없는 시간. 드라마 같은 영화 한편을 볼 수 있는 시간. ‘70분의 시간’ 안에 각기 다른 삶을 사는 갑남을녀의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고품격 단막극’이 예능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KBS 2TV에서는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3’을 수요일 11시20분대 파격편성해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MBC에서는 ‘라디오스타’가 SBS에서는 ‘짝’이 방영되고 있는 예능 전쟁터 한복판에 던진 초강수다.
제작진과 출연배우들의 기대가 높다. 자극적이거나 천편일률적인 소재로 ‘위기의 드라마’ 시대를 밟게 됐지만, 수많은 신인PD와 신인배우들의 등용문이었고, 국내 드라마사(史)의 자양분 역할을 해왔던 단막극이 평일 프라임 시간대에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을 향한 기대다.
정성효 KBS 드라마 부국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단막극이 프라임 타임에 방송되는 것은 거의 10년 만이다”며 “진부한 소재때문에 드라마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드라마스페셜’은 기본으로 돌아가 좋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세상과는 단절한 채 살아가는 한 남자(류수영)의 이야기를 담은 ‘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을 연출한 이정섭 PD는 “PD로서 단막극은 다른 장르에 비해 굉장히 고심해서 만들게 된다.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부족한 제작비를 열정으로 채운다는 생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며 “단막극이 KBS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에도 널리 퍼져서 근래의 드라마 제작 경향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좋은 장르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경쟁자가 치열한 상황에서의 출발이지만 시청자들을 붙들어둘 요소들도 충분하다. 소재와 구성, 영상으로 ‘고품격’을 지향할 뿐 아니라 출연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예능대세’로 거듭난 류수영을 비롯해 유인영, 남보라가 ‘드라마 스페셜’ 첫 회에 출연하고, 비스트의 이기광이 2화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를 통해 시한부 고등학생을 연기한다. 3화(‘유리반창고’)에선 ‘기러기 아빠’로 변신한 박상면과 윤유선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고, 4화(‘불침번을 서라’)에선 배우 기태영이 엉뚱한 추리소설가로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출연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기에 제작비 충당도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정섭 PD는 때문에 “사실 정상적인 캐스팅 출연료로는 함께 할 수 없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모든 배우들이 30~50% 가량 출연료를 디스카운트해 출연을 결정했다”며 “가능했던 것은 함께 작품을 하며 친해진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드라마와 좋은 역할이니 출연료는 신경쓰지 말고 작품에만 몰두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에게도 단막극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았다.
류수영은 “데뷔 초 6~7개의 단막극을 찍었는데, 연기의 밑거름이 됐다”며 “단막극은 제작비가 적게 드는 만큼 눈치볼 곳이 없어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유일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호흡이 늘어지지 않아 큰 매력을 느껴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남보라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단막극 ‘마지막 프레시맨’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물으면 이걸 이야기 한다”면서 “단막극은 영화보다는 짧지만, 드라마를 영화처럼 볼 수 있다는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인영에게도 단막극은 특별하다. 데뷔작도, 첫 수상작도 단막극을 통해 나왔다. 때문에 유인영은 “마음 한구석에 늘 단막극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대본을 본 뒤 너무 하고 싶어 시켜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나에 대해 센 역할을 많이 해 도시적인 이미지로 보는데, 단막극에서는 청순가련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다”며 “개인적으로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름난 배우들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총 20회 이상 방송될 KBS2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3’은 12일부터 방송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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