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열린 조용필·이문세 콘서트 40~70대, 자녀들과 함께 발길
7080문화의 상징이었던 그들의 음악 세대·연령 아우르는 콘텐츠로 주목
이땅의 중년, 이젠 주변인 아닌 대중문화 소비주체로 진화중…
지난 주말 열린 조용필과 이문세의 콘서트 현장에서 이 땅의 중년들이 너무나도 흥겹게 노는 모습을 목격했다. 40대와 50대, 60대, 70대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괴성을 지르며 상기된 표정으로 콘서트를 즐기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이전에 중년들이 이렇게 넋 놓고 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한 여성이 하도 재미있게 놀기에 나중에 “연세가 어떻게 되시느냐”고 물었더니 “비밀”이라고 했다가 “60대”라고 말하기도 했다.
10대들의 대중문화에 소외된 중년들의 반란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확실히 요즘 공연장에서의 중년들의 모습은 ‘7080문화’와는 크게 다르다. 7080문화는 경제 성장의 주역이면서도 어느새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나 버린 세대의 ‘한풀이’ 같은 느낌을 포함한다. 바쁘고 힘들게 살다가 이제 겨우 여유를 찾으려니 ‘나이 들었다’고 퇴물 또는 구세대 취급당하는 설움 같은 것이다.
서태지와 HOT로 이어지며 대중문화의 소비 주체는 오랜 기간 10대와 20대들로 채워졌다. 7080문화는 이 불균형에 대한 반감까지 표출됐다. 그러하다 보니 젊은 세대의 문화와 나이 든 사람의 문화가 명확히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중년들이 환호하는 모습은 세대 간, 연령 간 구분 짓기를 하지 않는다. 조용필과 이문세 공연에는 부모와 함께 온 10~30대 딸들이 유독 많았다. 조용필의 19집에 실린 노래들은 젊은 세대도 매우 좋아한다. 인천 소재 초등학생들이 ‘바운스’를 부르고 “조용필 형님, 사랑해요”를 외치는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UCC 영상은 콘서트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조용필은 콘서트에서 부른 총 26곡 중 무려 8곡이 신보여서, 추억과 기억 속에 있는 과거의 가수가 아니라 현재 대중과 호흡하는 진행형 가수라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이문세 노래도 요즘 젊은 세대가 좋아한다. 젊은 가수들과 오디션에 참가한 10~20대가 이문세 노래를 자주 불러 이문세 노래는 재해석된 면이 있다. 젊은 세대는 ‘광화문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소녀’ 등의 80년대 문화를 잘 모르지만 그 감성만큼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니 이제 세대별ㆍ연령별ㆍ타깃별 음악이라는 게 별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즐길 만한 콘텐츠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조용필과 이문세 음악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한곳에 결집시킬 수 있게 해준다. 중년문화가 ‘그들만의 리그’형에서 젊은 세대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징조다.
물론 중년 세대도 알게 모르게 문화에 대한 학습을 해왔다. ‘남자들의 자격’을 보면서 중년 남자들은 ‘꼰대’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녀시대의 삼촌팬, 이모팬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사라졌다. 8년 전 ‘무한도전’을 처음 본 20대도 이제 30대가 됐다.
조용필 공연장에서 만난 중년들은 조용필이라는 레전드가 쓸쓸해지는 모습이 보기 싫어 열심히 응원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히어로가 사라질지도 모를 우려 때문에 좋아한다면 그건 연민이고 소수의 골수팬일 것이다.
조용필 공연장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조용필 씨가 과거의 노래를 그대로 부르는데도 조금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옛날 노래라는 느낌 자체도 안 든다”고 했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조용필과 이문세의 음악과 그 느낌이 좋아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 땅의 중년들이 대중문화를 즐기는 방식도 조금씩 진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기껏 20~30년 일하려고 20년간 공부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는 노는 시간이 월등히 늘어난다. 30~40년간 여가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향유하는 중년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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