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심모(28ㆍ여) 씨는 홍대에 놀러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배는 부르지만 집에 가기는 아쉬울 때 부담 없이 튀김 한 개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치치’다. 김말이부터 새우튀김, 야끼우동, 연어 등 수십가지 메뉴를 800원부터 대개 7000원이 넘지 않는 가격에 두루 맛볼 수 있어 주머니에도 부담이 없다. 심 씨가 우연히 발견한 이곳의 단골 손님이 된 이유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문을 여는 ‘치치’는 저녁을 먹으려는 사람과 가벼운 술자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김모(32ㆍ여) 씨는 술을 마신 후 해장국이 아닌 햄버거로 해장을 한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해장국집은 많지만 늦은 시간 문을 여는 햄버거 가게가 없어 아쉬웠던 김 씨는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 생겼을 때 누구보다 반가웠다. 이제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바로 속을 풀 수도 있고 집에 가서 햄버거를 시켜 먹을 수도 있게 됐다.
새벽 1시에도 낮 1시처럼 먹고 즐기는 이같은 풍경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과거 찜질방, 심야영화 등에 국한됐던 심야영업이 최근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심야식당 등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은 ‘잠들지 않는 도시’가 됐다. 유흥가 뿐만 아니라 동네에도 심야영업을 하는 곳이 생겨나면서 소비자들은 한밤 중에도 놀 곳, 먹을 것 걱정이 없어졌다.
일본 만화 ‘심야식당’을 연상케 하는 작은 규모의 심야식당들은 홍대, 강남 등 번화가에 위치해 안주와 술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늦은 시간 한 잔 더 하려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홍대 인근에 있는 ‘키즈나’는 일본 핫토리 요리학교를 졸업한 사장이 일본에서 경험했던 이자카야의 느낌을 살려 만든 가게다. 한국 이자카야의 가격과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아쉬워 편안한 분위기의 선술집을 만들고자 했던 사장의 바람대로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과 직장인들도 부담 없이 이곳을 찾는다. 오후 5시 30분부터 새벽 3~4시까지 문을 열며 대표 메뉴인 두부스테이크가 7000원, 삼겹살숙주볶음이 8000원이다.
홍대와 건대 두 곳에서 영업 중인 ‘소년상회’는 파스타와 소주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장이 직접 연구한 파스타와 퓨전 요리, 소주 칵테일 등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며 매달 메인 메뉴가 바뀐다. 홍대점은 ‘성상담 전문’, 건대점은 ‘요리연구소’라는 재미있는 콘셉트도 고객을 끄는 요인이다. 파스타 가격은 9000원 정도다.
강남 논현동 ‘막집’은 일본 만화 ‘심야식당’의 작가 아베 야로가 방한 당시 팬미팅을 한 곳으로, 한국의 ‘심야식당’으로 불리고 있다. 정해진 메뉴가 없고 1인당 1만5000원을 내면 사장이 매일 다른 메뉴 서너 가지를 알아서 주는 ‘묻지마 식당‘이다. 남자끼리는 갈 수 없고 여성끼리거나 여성을 동반해야만 갈 수 있으며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까다롭기도 하지만 맛있고 푸짐한 안주와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 덕에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영업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다.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들은 아예 24시간 영업을 하는 매장이 많다. 여기서는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카페베네’는 홍대역점, 강남대로점, 서울대점 등 약 20개의 24시간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름철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시원한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아 새벽 2~3시에도 손님이 가득찰 정도다. 인기 메뉴는 빙수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이다.
‘버거킹’은 선릉역점, 강남역점 등 41곳을 24시간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체 144개 매장의 약 30%에 달한다. ‘롯데리아’는 안양점, 구로디지털점, 동대문점 등 270여개 점포를 24시간 매장으로 운영한다. 24시간 매장은 홈서비스(배달)도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심야영업이 확대되는 것은 실제로 심야에 발걸음을 하는 손님이 많고 매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버거킹’은 저녁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롯데리아’는 24시간 매장 도입 후 전체 매출이 20.6% 가량 늘어났다.
버거킹 관계자는 “고객들의 높은 선호도에 따른 매출 상승으로 향후 24시간 매장 수를 점진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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