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지도자를 둔 국민은 불행하다. 내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노구의 전직 대통령이 탄 휠체어를 끌며 다정하게 행사장 나들이를 하는 벅찬 광경을 눈물 나게 보고 싶다.
올해로 88세의 고령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조만간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구명을 위해 노구의 몸을 이끌고 적국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지난 2009년 북한에 인질로 잡혀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구출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던 빌 클린턴(66) 전 대통령의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지난주 말엔 89세의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2살짜리 아이를 위해 자진 삭발한 사진을 공개해 미국인의 심금을 울렸다.
이들 전직 대통령은 미국민의 자긍심을 더 높이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우리 전직 대통령들도 요즘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다만, 추악한 비자금 관리와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 등으로 더운 여름철 국민들의 짜증을 더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권좌에 오른 전두환 전 대통령은 33년이 지난 2013년 여름, 우리 국민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질을 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차남 회사(웨어밸리) 등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달랑 ‘29만1000원’이 든 통장을 내밀며 ‘전 재산’이라고 큰소리치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는 국민들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한때 영부인이었던 이순자 씨가 압류된 30억원대 연금이 선대에게 물려받은 돈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수도이전 추진 등으로 끊임없이 국론을 분열시켰다.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5년 만에 그의 망령은 부끄러운 대한민국 정치판 한가운데 환생했다. 희대의 사초(史草) 실종 사건은 해외토픽감으로 세계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죽어서도 나라 망신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전투구로 망령과 씨름하는 사이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세제 개편을 놓고 중앙과 지방 정부가 샅바싸움을 하는 통에 주택시장은 거래절벽에 빠졌다. 여름 비수기 철없이 치솟는 전셋값에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화끈하게 살아나지 못해 수출 한국호의 밥벌이가 신통찮은 마당에 중국 경제에도 빨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그나마 비빌 언덕마저 사라질 위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ㆍ철강 등 전통산업은 물론, 잘 나가던 전기ㆍ전자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우리 경제 전반이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폭염과 장마를 오가는 짜증스런 날씨에다, 전직 대통령이 내뿜는 악취는 불쾌지수를 한없이 끌어올린다. 일그러진 지도자를 둔 국민은 불행하다. 하지만 이런 불행도 결국, 지도자를 잘못 뽑은 우리 국민이 짊어져야 할 원죄가 아닐까 싶어 착잡하다. 내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노구의 전직 대통령이 탄 휠체어를 끌며 다정하게 행사장 나들이를 하는 벅찬 광경을 눈물 나게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