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에너지 상생’이다.” 대기업들이 상생의 범위를 에너지 분야로까지 넓히고 있다. 국가적 에너지 대란 속에 에너지를 그저 ‘써버리는 것’이 아닌 ‘공공의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인 절감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협력사에 에너지 절감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등 여느 때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나눔이나 사회공헌 등도 있지만, 에너지난 시대에서는 ‘에너지 상생’이 또 다른 주축임을 업계 전체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에너지 상생의 선두에는 삼성그룹이 서 있다. 수년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시행해 오던 에너지 절약을 아예 시스템으로 정착시켰다. 무엇보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체질개선 작업이 눈에 띈다. 최근에는 2015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절감키로 했다. 막연히 아껴 쓰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대응으로 에너지를 덜 쓰는 조직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조5000억원은 공정 개선에 1조1000억원, LED 도입에 3000억원, 신에너지 도입 1000억원 등으로 세분화돼 집행된다. 특히 공정 개선과 관련, 1조1000억원은 삼성전자의 노후 냉동기 교체, 삼성디스플레이의 설비 효율 개선, 삼성토탈의 가스터빈 발전기 투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LED 도입의 경우 현재 삼성그룹 내 LED 조명 도입률이 26% 수준인 상황에서 3000억원을 투입해 10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물론 에너지 소비가 큰 하절기를 대비한 단기대책 등도 적극 시행 중이다. 에너지 수요가 큰 6~8월의 피크 시간대(오후 2~5시)에 실내온도를 28도로 올리면서 조명 70%를 소등하고 있다. 공공기관들보다 엄격한 수준이다. 대신 직원들의 복장에 더 여유를 줬다. 대외업무를 해야 하는 일부 직원들을 제외하곤 흔히 ‘폴로셔츠’라고 불리는 반팔T셔츠 출근을 장려하고 있다. 격식에 지나치게 매몰되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실질적으로 더위에 대응하면서 에너지도 절감하자는 ‘워크 스마트’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수요 사장단회의에선 삼성사장단의 흔치 않은 반팔셔츠 차림 출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삼성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계열사별 차별화된 접근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삼성전기는 전기절약을 상생 일환으로도 확대하면서 87개 협력사에 대한 에너지 컨설팅 효과로 750건의 개선 프로젝트를 발굴했으며 51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이렇게 해서 매년 30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단순히 자신들만 절전하기보다는 회사가 형성하고 있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차원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재계 전반에서도 포착된다. LG그룹도 에너지 상생활동에 적극적이다. LG전자는 이달 들어 국내 주요 협력사와 함께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세이브 투게더’를 추진 중이다. ‘에너지 절약 감시단’을 구성해 사업장 곳곳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에너지들의 절약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사 에너지 절감 태스크’를 통해 운영했던 단계별 절전 시나리오를 올해는 협력사에도 전수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예 협력사의 에너지 컨설팅에 나섰다.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무상으로 협력사에 대한 ‘SCM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그린 SCM컨설팅은 29개 협력사에 100여개의 에너지 절감 아이템을 제공했고, 연간 10억여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와 3000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종합가전업체로 도약 중인 동부대우전자도 후발주자지만 에너지 절감 활동에는 선두권이다. 협력사와 ‘에너지 세이브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에너지 효율 진단과 컨설팅을 실시하고 통합관리 모델을 구축해 협력사들의 에너지 설비 효율 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협력업체 숫자가 많은 자동차업계도 에너지 상생에 동참했다. 현대차의 경우 한일이화 등 5개 중소 협력사와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공유, 2015년까지 1만5580㎿h의 전력량을 절감하자는 ‘대ㆍ중소 상생에너지 동행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모비스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생산공장에 IT를 기반으로 한 ‘품질 및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지원 중이다. 현대모비스 본사에 원격 생산관리 표준 시스템을 설치하고, 이를 부품협력사들이 공동 활용하는 방식이다. 개별 협력사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게 되면 큰 비용이 들지만, 이처럼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표준화된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게 되면 중소협력사들의 입장에서는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생산관리가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적인 에너지 위기가 기업들에 역시 도전임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기업 자체의 효율성과 에너지 대응력을 높이고 자신이 속한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에너지 과소비의 주범으로 오해받던 기업들에는 명분 있는 상생 프로그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사진설명> 현대차ㆍLG전자 등처럼, 협력사와 에너지절약대회를 열어 에너지 상생 실천을 다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사장단이 반소매 옷차림으로 본사에 나타나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에너지 절약 동참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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